한·미·일 북핵 수석대표들이 일본에서 북한 문제를 두고 한자리에 모이는 14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한국을 찾는다. 미·중 간 패권 경쟁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한국이 미국에 기우는 것을 견제하기 위한 중국의 전략적 행보로 해석된다.

14일 한국을 찾는 왕이 중국외교부장./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14일 한국을 찾는 왕이 중국외교부장./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 협의는 지난 6월 21일 서울 회동 이후 3개월 만에 다시 열리는 것이다. ‘동맹 복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바이든 미 행정부는 지난 1월 출범 후 다양한 레벨의 한·미·일 3자 협의를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핵심 동맹국인 한국·일본과 협력의 계기를 연이어 만들어 대중 견제 ‘핵심축’을 다지겠다는 포석이다.

이 같은 한·미·일 협력이 강화될 때 공교롭게 중국은 매번 한국에 영향력을 과시해왔다. 지난 4월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가 열리는 기간 중국은 정의용 외교부 장관을 푸젠성 샤먼으로 초청해 외교장관 회담을 했다. 지난 6월 한·미·일 정상이 모두 모이는 G7 정상회의를 이틀 앞두고서도 왕 부장이 정 장관과 통화를 하며 “(한국이) 남의 장단에 기울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외교 소식통은 “중국이 한국을 반중전선의 ‘약한 고리’로 보고 지속적으로 흔드는 것”이라고 했다.

왕 부장의 이번 방문에서도 이 같은 속내가 드러날지 주목된다. 한국이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대만 문제를 처음 언급했고, 미국 의회는 최근 군사정보 공유 동맹인 ‘파이브 아이스’에 한국을 포함시키는 구상을 내놓은 상태다. 김흥규 아주대 중국연구소장은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철군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집중할 여력을 확보함에 따라 미·중 전략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라며 “이 국면에서 중국이 한국의 입장과 솔직한 생각을 청취할 필요성이 커졌을 것”이라고 했다.

왕 부장은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과 관련해 우리 측의 지지와 문재인 대통령 방중을 요청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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