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9일 정권수립기념일(9·9절) 73주년을 맞아 예비군·경찰에 각각 해당하는 노농적위군, 사회안전무력 요원을 중심으로 한 ‘비정규군 열병식’을 개최했다. 이날 0시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같은 전략 무기는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군견, 기마대, 트랙터, 오토바이 등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공화국 창건 73돌 경축 민간 및 안전 무력 열병식이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성대히 거행됐다”고 했다. 예포 21발과 함께 주석단에 등장한 김정은은 밝은 양복에 넥타이 차림이었다. 남녀 어린이 손을 잡은 김정은은 다소 살이 빠진 모습이었지만 표정은 밝았고 혈색도 양호했다. 김정은은 이번 열병식에서 연설은 하지 않았다. 대신 리일환 당 비서가 “일심단결 위력으로 현 난국을 타개할 것”이라고 연설했다.
이날 열병식에선 수해 복구에 앞장선 평양시당원사단종대를 선두로 각 도 노농적위군이 차례로 행진했다. 이어 코로나 비상방역종대, 보건성종대, 국가과학원종대와 김일성종합대학 종대, 붉은청년근위대 등이 행진했다. 치안을 담당하는 사회안전군 소속 기병대, 군견수색종대 등 모습도 보였다. 노농적위군 기계화종대는 122㎜ 다연장 로켓·불새 대전차미사일 등 재래식 무기를 실은 트랙터와 오토바이를 몰고 열병식에 나타났다. 후미는 소방을 맡은 사회안전군 소방대종대가 맡았다.
열병식이 끝난 다음에도 청년들의 야간 무도회와 불꽃놀이가 진행되며 축제 분위기가 이어졌다. 대외 무력 과시보다는 내부 결속과 김정은에 대한 충성 결의에 치중하는 모습이었다. 조선중앙통신은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 온 나라 전체 인민에게 따뜻한 인사를 보내셨다”고 했다.
군(軍)과 정보 당국은 이번 열병식이 1시간 30분가량 진행된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이 2시간 16분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약소하게 진행된 셈이다. 북한은 통상 열병식을 두 달 전부터 준비하지만 이번엔 한 달도 준비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코로나·수해 대처에 투입된 민간 인력 노고를 위로하고 체제 결속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의 열병식”이라며 “국제 경제 제재 장기화와 식량난으로 정식 열병식을 개최할 만한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축제 분위기를 연출하려 최대한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