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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바이든, 북핵 문제도 발 빼나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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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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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레이버데이(노동절·6일) 연휴를 앞두고 만난 워싱턴DC의 한 외교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은 운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가 완료된 지난달 말쯤 초대형 허리케인 아이다가 미국에 들이닥쳤다. 곧이어 공화당이 장악한 텍사스주에서 엄격한 낙태 제한법이 시행됐다. 그러면서 미국 언론 보도의 초점이 바이든 행정부의 아프간 철군 난맥상에서 다른 뉴스들로 빠르게 넘어갔다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달 29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의 도버 공군기지에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함께 아프가니스탄 폭탄테러로 사망한 니콜 지 해병대 병장의 운구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달 29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의 도버 공군기지에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함께 아프가니스탄 폭탄테러로 사망한 니콜 지 해병대 병장의 운구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AP 연합뉴스

아프간 철수가 실제 내년 11월로 예정된 중간선거를 포함한 미 국내 정치에 줄 영향은 제한적이란 분석도 나온다.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5일(현지 시각) “아프간 철군의 나쁜 결과, 델타 변이의 급증, 변화 없는 신규 고용률처럼 바이든과 민주당에 좋은 정치적 지형이 못 되는 기사들이 갑자기 텍사스 소식과 (낙태 제한법에 대한) 연방대법원의 묵인 같은 것으로 바뀌었다”며 미국 민주당이 여기서 기회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만약 아프간 문제가 바이든에게 최악의 순간이라면 그의 대통령직은 구제될 가망이 있다. 지지율 하락세는 뒤집힐 수 있다. 미국인들은 해외 문제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별로 없다”고 보도했다.

‘정치인 바이든’은 아마 이런 점들을 미리 대강 계산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프간의 비극을 방조 혹은 방치함으로써 그가 스스로 말해 온 외교 정책의 ‘원칙’을 내려놓았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월 한 연설에서 “세계적으로 민주주의와 독재의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며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민주주의를) 지켜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탈레반이 아프간에 신정(神政) 체제를 만들도록 내버려두면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민주주의 수호’는 선택 사항이란 점이 분명해졌다. 바이든 행정부는 아프간 철군 전후에 줄곧 “인권은 계속 미국 외교의 중심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말을 아무리 반복해도 아프간 여성과 아동들이 처하게 된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물론 바이든 행정부의 결정을 도덕 원리로만 재단할 수는 없을 것이다. 현실의 제약 속에서 타협과 선택은 불가피한 일이다. 하지만 아프간 사태로 제기된 ‘원칙’에 관한 의문을 해소 내지 희석하지 못한다면 바이든 행정부가 중시하는 다른 전선에서의 정책도 신뢰성이 떨어져 보일 수밖에 없다.

당장 북한 문제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얼마나 ‘원칙’을 견지할지 불분명해 보인다. 북한이 7월부터 영변의 플루토늄 원자로를 재가동하고 있다는데 바이든 행정부는 “대화와 외교의 시급성”만 강조했다.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묵인했던 트럼프 행정부와 무엇이 다른가란 생각이 든다. 결국 관건은 아프간에서 발을 뺀 미국이 원칙을 얼마나 회복하려고 노력하는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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