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7일 북한이 지난 7월부터 영변 핵시설을 재가동한 데 대해 “남북 합의 위반이 아니다”라고 했다. 남북은 2018년 두 차례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에 공식 합의했고, 북은 9·19 평양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상응 조치를 전제로 ‘영변 핵시설의 영구 폐기’를 약속했다. 이 때문에 최 차관의 이날 언급은 문재인 정부가 여러 차례 보증을 선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라는 어음이 사실상 부도났다는 평가를 회피하려는 것이란 말이 나왔다.
최 차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영변 핵시설 재가동이 사실이라면 4·27 판문점 선언이나 9·19 평양 공동선언에 위배된다고 보느냐’라는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 질의에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최 차관은 이어 “4·27 선언이나 9·19 선언의 합의 내용 중에 북한이 가시적으로 취한 조치들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며 “핵실험장과 미사일 실험장 폐기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남북 정상이 2018년 합의한 4·27 판문점 선언엔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3조4항)는 내용이 담겼다. 북이 영변 핵시설 재가동에 들어간 것은 핵폭탄 원료인 플루토늄 생산을 재개했다는 뜻으로, 비핵화 약속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위다. 또 9·19 평양 공동선언엔 ‘북측은 미국이 상응 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했다’(5조2항)는 내용이 있다. 한 전직 고위 외교관은 “최 차관 발언은 핵폭탄 생산에 박차를 가하는 북한을 두둔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