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주에 건설 중인 새 아파트들 - 지난달 28일 중국 랴오닝성 단둥에서 바라본 압록강 너머 북한 신의주 모습. 강변에 건설 공사가 진행 중인 15층 내외의 아파트 3개 동이 보인다. /단둥=박수찬 특파원
 
신의주에 건설 중인 새 아파트들 - 지난달 28일 중국 랴오닝성 단둥에서 바라본 압록강 너머 북한 신의주 모습. 강변에 건설 공사가 진행 중인 15층 내외의 아파트 3개 동이 보인다. /단둥=박수찬 특파원

“지난 3월부터 공사가 속도를 내더니 건물이 저렇게 올라가더라고요. 국경은 꽉 막아놓고 뭘 하겠다는 건지….”

최근 중국 랴오닝성 단둥에서 만난 한 중국 주민은 압록강 건너 북한 신의주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강변에는 15층 내외로 보이는 아파트 대여섯 채가 공사 중이었다. 골조 공사는 이미 끝난 상태였다. 망원렌즈를 통해 보니 가림막도 안 쳐진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 여러 명이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북한은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지난해 초부터 1년 6개월째 국경을 막고 있다. 북·중 교역의 70%가 오가던 단둥과 신의주 사이의 철도·도로 운행도 중단된 상태다. 한 소식통은 “올 4월 임기가 끝난 주중 북한대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임명한 신임 주북 중국대사 두 사람 모두 평양에 가지 못할 정도로 현재 북·중 간 왕래는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했다. 해상 운송을 통해 비료 등 농사에 필요한 물자가 일부 북한에 들어갔지만, 태풍 등 기상재해까지 겹치면서 북한 경제는 심한 압박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인데도 평양을 제외하면 북한에서 보기 어려운 고층 아파트가 압록강변에 속속 들어서는 것이다. 또 다른 단둥 주민은 “(2014년 준공했지만 운영하지 않는) 압록강대교 쪽에도 새 건물이 적지 않아 최근 몇 년간 이 일대에서만 북한이 200채가 넘는 건물을 올렸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했다.

단둥 주민들 사이에서는 2018년 처음 중국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고층 건물이 들어선 중국 단둥과 단층 건물 위주인 북한 신의주를 비교하면서 고층 아파트 건설을 지시했다는 소문이 돈다. 신의주에 살다가 코로나로 국경이 닫히면서 단둥에서 지내고 있다는 북한 화교는 “(단층) 살림집 여러 채를 부수고 건물을 올리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북한에 건설 자재가 부족하지 않으냐고 했더니 “북한에 자재가 어딨느냐. 중국 지원을 받아서 짓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한 단둥 주민은 “새로 짓는 아파트 주변에 밤에도 조명이 켜진 것도 최근 달라진 변화”라고 했다. 북한은 전력 사정이 나빠 밤이 되면 신의주는 역 광장 일대 대형 조명을 제외하면 ‘암흑의 도시’로 변했었는데 최근에는 가로등으로 보이는 조명이 생겼다는 것이다. 중국산 태양광 패널이 북한으로 넘어가면서 달라진 변화로 알려졌다.

압록강변 일대는 삼엄한 감시가 이뤄져 일반 주민은 접근이 어렵다고 한다. 이 때문에 실제 주민이 거주하기보다는 중국 쪽을 향해 일종의 선전 효과를 노리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북한이 아파트를 짓는 지역은 압록강 단교(斷橋) 일대로 중국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유명 관광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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