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전경. /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전경. /연합뉴스

국내에 잠입한 북한 공작원과 만나고 수차례 통신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민간단체 연구위원이 18일 첫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양은상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국가보안법 위반(회합·통신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정훈(57) ‘4·27시대연구원’ 연구위원에 대한 1심 첫 공판 기일을 열었다.

이씨는 2017년 4월 일본계 페루 국적으로 위장해 국내에 잠입한 북한 공작원과 4차례 만나 자신의 활동 상황이나 국내 진보진영 동향 등을 보고하고 암호화된 지령·보고문 송수신 방법을 교육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이씨가 해당 공작원에게 ‘인천연합은 예전엔 세력이 컸으나 개량주의로 갔다’, ‘경기동부연합은 공부 열심히 하고 예의 바르나 정세감이 부족하고 폐쇄적이다’, ‘광주전남연합은 다소 과격한 성향이 있다’는 등의 논평을 전달했다고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검찰은 이씨가 단순 동향 보고 외에도 ‘북한 당국이 구국전선 등 대남매체를 활용해 쟁점을 정리하고 지침을 하달해야 개별 세력들이 분열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제안도 했던 것으로 판단했다. 이씨는 또 2018~2019년 북한 대남공작기구로부터 해외 웹하드를 통해 암호화된 지령문을 받은 뒤 5차례에 걸쳐 보고문 14개를 보낸 혐의, 북한의 주체사상과 세습·독재 등을 옹호하거나 찬양하는 책자 2권을 출판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씨는 이날 재판에서 “조작된 증거 기록과 주관적 수사 논리, 그 결과물인 공소장 내용을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안당국의 짜맞추기 수사를 확인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며 “4년간의 수사 내용엔 (국가정보원이) 고대하던 지하조직·간첩 활동은 없고, 공개된 단체 활동과 전체 토론 등 합법적 통일운동이 있었을 뿐”이라고 했다.

이씨는 2006년 이른바 ‘일심회’ 사건으로 구속돼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인물이다. 일심회 사건은 이씨 등 당시 민주노동당 인사 5명이 북한 공작원에게 남한 내부 동향을 보고한 사실이 국정원에 적발된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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