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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길수군 일가 15명 중국서 애타는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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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0.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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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바다너머 어딘가에 대한민국이 있다는데…. 그런데 우리는 왜 그리도 그리는 대한민국에 갈 수 없는가. 정말 가지 못한다면 온 식구가 죽음을 각오하고 저 검푸른 파도에 몸을 던지고 싶습니다. ”

97년부터 북한을 차례로 탈출한 일가 친척 4가족 15명이 중국 국경지역에 은신하며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1월 함경북도 화대군에서 탈북한 장길수(16·가명)군 가족 3명을 비롯, 길수군의 외할머니 가족 3명, 이모부 가족 4명, 외할아버지 여동생 가족 5명 등이다.

길수군 일가의 탈북 대장정은 함북 회령에 살던 외할머니 김춘옥(76·가명)씨가 97년 1월 북한을 탈출하면서 시작됐다. 남편이 중국에서 귀국한 ‘성분 미해명자’로 분류돼 불이익을 당하자 두만강을 넘은 김씨는 “20명은 돼야 쉽게 대한민국에 갈 수 있다”는 한 한국인의 말을 듣고 가족들의 탈출을 계획했던 것.

김씨는 98년 2월 목숨을 걸고 다시 북한에 들어가 남편 안태준(72·가명)씨와 아들 대한(27·가명)씨 등을 데리고 나왔다. 아들 안씨도 지난해 1월 재입북해 길수군 등 5명을 빼내오는 데 성공했다.

이후‘탈북 작전’은 길수군과 이종사촌형인 리민국(18·가명)군이 맡았다. 이들은 각각 두 차례나 입북해 모두 4명을 탈출시켰다. 그 과정에서 각각 4~5차례 북한 당국에 체포돼 수용소에 갇혀있다 고문을 당한 뒤 탈출하곤 했다.

길수군은 수기에서“사회안전국 순찰대원들이 달려들어 머리를 콘크리트 바닥에 마구 짓이기고 발로 배를 걷어찼다”고 밝혔다. 그는 수용소생활 도중 북한을 탈출했다가 강제 송환된 이모를 구출하는 데 쓸 100달러 지폐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비닐에 싼 뒤 입 속에 며칠동안 물고 있었으며, 이 때문에 입 언저리가 퉁퉁 부어오르기도 했다.

은신 과정에서도 생명은 탄생했다. 올 1월 16일 외할아버지 여동생의 아들(26) 부부가 사내아이를 낳은 것. 그러나 병원 치료 때문에 큰 빚을 지게 된 이들 부부는 최근 자식이 없는 중국인 및 조선족들이 “4500원(한화 67만원 상당)을 줄테니 (아들을) 팔아라”고 성화여서 갈등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도 이들은 작년 8월 탈북자를 돕는 한국인들을 만나 이같은 사연을 전하게 됐던 것. 길수군은 편지에서 “너무 배가 고파 경비대를 피해 며칠씩 굶으면서 중국에 왔습니다. 그러나 한국사람들은 우리를 만나보고 ‘보통 백성’이니 안된다며 돈 몇푼만 쥐어주고 갑니다. 우리 같은 사람들은 어디가서 살아야 합니까”라고 호소했다.

그림 솜씨가 뛰어난 길수와 형 한길(18)군 등은 탈북 과정에서 겪은 일과 북한의 처참한 실상을 담은 그림 120여점을 그렸고,‘길수가족구명운동본부’를 결성한 한국인들은 이 가운데 20여점을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열린 NGO세계대회에 출품해 눈길을 모은 바 있다.

구명운동본부(공동대표 김동규 고려대교수) 한 관계자(47)는 “탈북자들은 중국 공안당국의 체포 위협과 북한으로의 강제 송환에 대한 두려움에 떨고 있다”며 “정부와 시민들이 길수 가족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도와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길수가족구명운동본부 연락처 (02)794-2978
/유용원기자 kys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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