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서해에서 어업 지도 활동 중 북한군에게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씨의 유족이 김홍희 해양경찰청장 등 해경 관계자들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내기로 했다. 해경이 지난해 피살 사건과 관련해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씨가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하는 등 피살된 공무원과 유족의 인격권을 침해했다는 국가인권위의 판단을 근거로 한 것이다. 소송의 원고는 피살된 공무원의 아들인 이모(18)군이며, 이씨가 숨진 날(2020년 9월 22일)을 기억하자는 취지에서 청구 배상액을 2020만922원으로 정했다.

2021년  1월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작년 9월 서해 인근에서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A(당시 47세)씨의 형 이래진(56)씨가 정보공개 소송에 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왼쪽부터 이래진씨, 구충서 변호사, 김기윤 변호사, A씨의 아들 이모(19)군./김동현기자
 
2021년 1월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작년 9월 서해 인근에서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A(당시 47세)씨의 형 이래진(56)씨가 정보공개 소송에 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왼쪽부터 이래진씨, 구충서 변호사, 김기윤 변호사, A씨의 아들 이모(19)군./김동현기자

피살된 공무원 유족을 대리하는 김기윤 변호사는 “오는 15일 김홍희 해경청장과 윤성현 수사정보국장, 김태균 형사과장을 상대로 ‘인권침해로 인한 피해보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14일 밝혔다. 피살된 공무원의 아들 이군은 이날 밝힌 입장문에서 “(인권위 발표 이후) 일주일간의 시간을 드렸지만, 해경의 그 누구도 사과하지 않았다”며 “해경은 명확한 증거도 없이 아버지를 죄인 취급하며 수사상 불가피한 설명이라는 이유로 이미 고인이 되신 아빠와 가족에 대한 명예훼손과 인권침해를 서슴지 않았다”고 했다. 또 “제가 원하는 것은 고통을 겪은 엄마와 저, 동생에게 진심 담긴 해경의 사과 한마디였다”면서 “(국가가) 힘없는 국민을 상대로 저지른 만행 때문에 한 가족의 삶이 얼마나 처참하게 짓밟혔는지 경각심을 일으켜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돼 피해 보는 국민이 생기지 않도록 소송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해경이 진심으로 사과할 경우 고소를 취하한다는 계획이다. 이군은 “소송으로 받게 되는 보상금이 있다면 여전히 고통받고 계실 천안함 피격 사건 유가족을 위해 기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해경은 지난해 9월과 10월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사망한 공무원의 채무 총액과 도박 횟수 및 시기 등을 공개했다. 실종 원인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언론에 밝히기도 했다. 지난 7일 인권위는 해경의 이 같은 행동에 대해 “헌법에서 보장하는 피해자와 유족의 인격권을 침해한 것”이라면서 윤성현 국장과 김태균 과장에 대한 경고 조치를 김 청장에게 권고했다. 인권위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해경은 아직까지 유족들에게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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