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막기 위해 엄격한 국경 봉쇄를 진행 중인 가운데, 평양에서 체류하던 러시아인들이 최근 집단으로 귀국 행렬에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북한 김정은은 코로나 방역과 관련해 당 간부들을 공개적으로 질책한 바 있다.

이달초 평양 주재 러시아인들이 평양의 한 기차역에서 귀국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주북한 러시아대사관
 
이달초 평양 주재 러시아인들이 평양의 한 기차역에서 귀국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주북한 러시아대사관

◇2월, 3월, 6월… 北주재 러시아인들 잇달아 단체 귀국

7일 주(駐)평양 러시아 대사관에 따르면, 지난 2 일 외교관과 의사, 엔지니어 등 현지에서 근무하던 러시아인들이 열차 편으로 단체 귀국했다. 대사관 측은 그 모습을 담은 사진도 공개했다. 사진은 기차역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늘어선 모습, 역에서 이별을 아쉬워하는 모습, 열차를 기다리는 모습, 작별을 위해 손을 흔드는 모습 등을 담았다. 출국 이유에 대해 러시아 대사관은 “북한이 외국과의 인적 교류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대사관 직원 교체 등에 따라 근무 기간이 종료 된 직원은 귀국할 수 밖에 없다”고만 설명했다. 대사관의 업무는 정상적으로 처리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 사태 이후 북한 주재 러시아인들의 집단 귀국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러시아 외무성은 올해 2 월 북한 주재 외교관들이 트럭에 타고 북-러 간 국경을 넘어 귀국하는 영상을 공개했고, 3 월에도 “러시아 대사관 직원 38 명이 평양을 떠나 중국에서의 격리 조치를 거쳐 귀국길에 올랐다”고 밝혔다.

7월 3일 북한 평양의 삼지연극장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마스크를 쓴 주민들이 '국무위원회 연주단'의 공연을 관람하면서 손뼉을 치고 있다. /AFP 연합뉴스
 
7월 3일 북한 평양의 삼지연극장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마스크를 쓴 주민들이 '국무위원회 연주단'의 공연을 관람하면서 손뼉을 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코로나 1명도 없다더니… 김정은 “방역 태업” 맹비난

북한은 그동안 코로나 감염자가 1명도 나오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그럼에도 지난달 북한에선 김정은이 ‘코로나 방역’과 관련해 당 간부들의 태업을 강하게 비난하는 상황이 빚어졌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달 3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은 일부 책임 간부들의 직무태만 행위를 엄중히 취급하고 전당적으로 간부 혁명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하기 위해 29일 확대 회의를 소집했다”고 보도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달 29일 김정은이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를 주재했다고 30일 방영했다. 김정은은 이 자리에서 '비당적 행위' 등을 엄중 질책했다. /뉴시스
 
북한 조선중앙TV는 지난달 29일 김정은이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를 주재했다고 30일 방영했다. 김정은은 이 자리에서 '비당적 행위' 등을 엄중 질책했다. /뉴시스

매체에 따르면, 김정은은 이 회의에서 간부들을 강하게 질책·위협했다. 그는 “책임 간부들이 세계적 보건 위기에 대비한 국가비상방역전 대책을 세우는 데 대한 당의 중요 결정 집행을 태공(태업)함으로써 국가와 인민의 안전에 커다란 위기를 조성하는 중대 사건을 발생시켰다”고 했다. 또 “현시기 간부들의 고질적인 무책임성과 무능력이야말로 당정책 집행에 인위적인 난관을 조성하고 혁명사업 발전에 저해를 주는 주된 동기”라며 “일하는 흉내만 낼뿐 진심으로 나라와 인민을 걱정하지 않고 자리 지킴이나 하는 간부들을 감싸줄 권리는 절대로 없다”고 했다.

북한은 국경 통제에도 ‘사살’이라는 극단적인 방식을 채택했다. 미국 대표적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의 올리비아 이노스 동아시아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해) 탈북자 수의 급격한 감소는 김정은이 탈북민에 대한 ‘사살 명령’(shoot-to-kill orders)을 포함한 국경 경비를 강화했기 때문”이라며 “김정은이 코로나를 권력 장악력을 강화하기 위한 구실로 이용했다”고 분석했다. 북·중 접경 인근의 목격담 등을 통해 사살이 있다는 전언은 있었지만 실제 권위 있는 기관이 이를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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