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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선] 방치된 북핵, 그래서 더 위험하다
강인선 부국장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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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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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북핵 관련 뉴스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이 조용함은 북핵 문제가 더 위험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국제사회가 해결을 거의 포기했거나 여력이 없어 방치하거나 나중으로 미뤄둔 것이기 때문이다.

작년 5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의 시설물들이 폭파되면서 흙먼지가 솟아오르고 있다. 당시 북한은 전문가는 배제한 채 언론만 초청해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입구를 폭파했다.
 
지난 2019년 10월 2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의 시설물들이 폭파되면서 흙먼지가 솟아오르고 있다. 당시 북한은 전문가는 배제한 채 언론만 초청해 풍계리 핵실험장 갱도 입구를 폭파했다.

보통 사람들은 북핵문제에 대해 관심을 잃은지 오래다. 북한이 핵실험을 해도 이제 한국 주식시장은 눈도 깜빡 하지 않는다. 북한이 대륙을 건너는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열을 올려도 미국 사람들이 불안해 하며 뒷뜰에 지하 벙커를 파지도 않는다. 최고 지도자들도 북핵문제에 대한 현실감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하며 한반도 평화와 안보를 자신이 주인공인 쇼의 배경으로 이용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타임과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매우 솔직하고 열정적이며 강한 결단력을 가진 사람이고 국제적 감각도 있다”는 비현실적인 발언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바이든 정부도 이렇다 할 북핵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북핵 위협은 이제 정부의 외교·안보 담당자와 소수의 전문가들만이 걱정하는 문제가 되었다. 최근 열린 아시안리더십컨퍼런스에서 한·미 전문가10여명이 했던 토론은 방치되고 있는 북핵 문제의 현실을 선명하게 보여줬다. 이 토론엔 한미 양국 정부에서 북핵정책을 다뤘고 북한과 협상도 했던 전문가들이 다수 참여했다. 이날 발언을 종합하면 북핵문제란 ‘공’은 지금 누군가의 코트에 가 있다기보다는 허공에 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북핵을 용납할 수 없다는 원칙은 말뿐, 국제사회는 북핵문제에서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북핵문제는 우선 순위가 낮다. 북핵정책을 담당하는 바이든의 외교·안보 참모들은 트럼프 시절과 달리 유능한 정통 외교관들로서 북핵문제를 이미 여러 번 다뤄봤다. 어떤 방법을 써도 풀기 어렵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 그러니 굳이 나서서 손대고 싶지 않을 것이다.

미·중 경쟁이 격화되는 상황도 북한 비핵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중에겐 자신들 간의 경쟁에 유리한 구도를 만드는 게 우선이다. 바이든 외교는 북핵 해결이 아니라 중국 견제와 대결을 위해 동맹을 다독이고 강화하는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바뀐 프레임 안에서 바이든의 대북정책은 기존 대북제재의 틀을 유지한 채 ‘인도적 지원’과 ‘인권문제’를 강조하고 있다. 물론 북한이 도발을 한다면 다른 얘기가 되겠지만.

북한이 가까운 장래에 판을 흔들어 미국을 협상에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몰아세울까. 전문가들은 좀 회의적이었다. 북한이 도발의 핑계로 삼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의 규모가 이미 상당히 줄어든데다, 중국에게 올해와 내년은 그 어느 때보다 동북아의 안정이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 창설 100년을 맞은 올해, 그리고 내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중국은 한반도 주변 상황을 불안하게 할 북한의 도발은 어떻게서든 막으려 할 것이다.

코로나 위기 속에서 각국은 당분간 국내문제에 주력할 수 밖에 없다. 북한도 국경을 걸어잠갔다. 어쩌면 앞으로 상당기간은 북핵과 관련해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는 시기가 될 수도 있다. 문제는 내년 3월 대선이다. 퇴임을 앞두고 이렇다 할 업적이 없는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관계와 관련해 무엇인가 업적을 남기고 싶은 유혹을 버리기 힘들 것이다.

문 대통령은 타임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우리 아이들까지 핵을 머리에 이고 살게 할 수 없다’고 진지하게 말했다”고 했다. 문 대통령과 참모들은 여전히 김정은의 이 말에 의미를 두는 모양이다. 만일 문 대통령의 이런 비현실적인 기대를 김정은이 이용하려 든다면? 북핵문제가 방치돼 허공에 떠 있는 이 시기가 그 어느 때보다 위험해 보이는 건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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