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이 22일 담화에서 '대화'에 나설 것이란 일부 관측에 대해 "꿈보다 해몽"이라며 "잘못 가진 기대"라고 했다. /연합뉴스

김여정이 22일 담화에서 '대화'에 나설 것이란 일부 관측에 대해 "꿈보다 해몽"이라며 "잘못 가진 기대"라고 했다. /연합뉴스

외교부가 22일 한·미 간 대북 정책 조율 채널이던 ‘워킹 그룹’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미국과 대북 현안을 신속하게 논의한다며 워킹 그룹을 꾸렸다. 그러나 지난해 북한 김여정이 “친미 사대의 올가미”라고 비난하자 워킹 그룹을 ‘장애물’로 취급했다. 대통령 특보부터 장관까지 “남북 관계를 제약” “(미국의) 간섭이고 월권”이라고 했다. 북에 뭘 주려고 해도 워킹 그룹이 유엔 제재를 걸어 방해한다는 것이다. 외교부 차관은 워킹 그룹이 폐지되면 “당연히 북한에 시그널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여정이 원하는 대로 했으니 북의 긍정 신호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김여정은 이날 “잘못 가진 기대는 자신들을 더 큰 실망에 빠뜨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대화도, 대결도 준비한다’는 김정은 발언을 백악관이 “흥미로운 신호”라고 평가한 것에 대해 “꿈보다 해몽”이라고 일축했다. 주민 식량난을 호소한 김정은이 ‘대화’에 무게를 둘 것이란 기대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워킹 그룹 폐지 정도로는 ‘3년 전 봄날’ 같은 비핵화 쇼나 평화 이벤트는 꿈도 꾸지 말라는 뜻이다.

이 정권은 2019년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김여정이 지시한 건 다 들어주다시피 했다. 작년 6월 대북 전단을 비난하며 “(금지)법이라도 만들라”고 하자 정부는 4시간 반 만에 “준비 중”이라고 했다. 전단 보낸 탈북 단체를 처벌하라고 하자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한 엄정 처리”를 다짐하기도 했다. 옛 공산권까지 전단 금지법을 비판했지만 들은 척도 안 했다. 김여정이 우리 장관을 비난하면 교체했고, 한미 훈련을 없애라고 하면 “북과 협의하겠다”고 했다. 북한 인권 결의안에는 3년 연속 불참했다. 그랬는데 김여정이 준 건 “미국산 앵무새” “머저리” “삶은 소 대가리” 같은 막말이 전부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날 ‘대화’를 촉구하면서도 대북 제재를 1년 더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최근 G7, 나토 정상 회의 등도 ‘검증 가능한 북핵 폐기’와 ‘대북 제재 이행’ 원칙을 강조했다. 그런데 북핵 최대 피해국인 한국 정부만 딴판이다. 대통령은 유럽 순방 기간 “북 백신 공급”, 통일부 장관은 “식량 지원”을 언급했다. 그런데도 돌아온 메아리는 ‘잘못 가진 기대’였다. 김칫국 마시지 말라는 것이다. 김정은 남매는 오래전에 문재인 정권을 버렸는데 문 정권 사람들만 그걸 모르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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