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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차] 북한의 ‘기묘한 침묵’ 이후 최악의 시나리오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수석 부소장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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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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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행정부가 최근 북한에 대한 정책 검토를 마쳤다. 우리는 ‘그것이 무엇이 아닌지’ 잘 알고 있다. 새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오바마 행정부 마지막 수년간의 ‘전략적 인내’도, 트럼프 행정부의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 방식도 아니다. 그 이외에는 사실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북한이 새 미국 대통령 임기 초 몇 달간 이전처럼 적대적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단은 성공적인 것처럼 보인다.

[서울=뉴시스]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1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를 열었다고 16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2021.06.16.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1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3차 전원회의를 열었다고 16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2021.06.16. photo@newsis.com

‘전략적 인내’는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붙여진 이름이었다. 겉으로는 외교 협상에 개방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그 반대였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2012년 북·미 ‘2·29 합의’가 좌초한 뒤, 북한을 협상장에 끌어내려 제재 강화에 주력했다. 따라서 ‘전략적 인내’는 트럼프 집권 첫해의 ‘최대 제재 압박’에 비견될 만하다.

‘그랜드 바겐’은 트럼프가 2018, 2019년 김정은과 벌인 정상 외교를 가리킨다. 정책적으로는 최대 압박 제재가 지속됐지만, 그 초점은 ‘지도자 대 지도자’의 결단에 의한 비핵화 달성이었다. ‘상향식(bottom-up)’이 아닌 ‘하향식(top-down)’ 협상은 미국으로서는 이질적 접근이었다. 모든 제재를 해제하는 대가로 모든 무기를 포기하는 식의 ‘홈런’을 치려는 것이었다.

이번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의 태도가 양 극단 사이 어디쯤에 있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동안 어느 쪽 정책도 북한 비핵화를 이루지 못했다. 그사이 북은 십여년간 폭탄을 비축하고 그 운송 수단을 늘렸다. 그래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정확히 어떤 것일까? 명확한 발표가 없으니 추측할 수밖에 없다.

첫째, 목표가 여전히 북한의 비핵화인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미국이 어떤 중간 조치를 취하든 북한을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오해해선 안 된다.

둘째, 정책의 주된 플랫폼은 강력한 동맹에 있다. 트럼프처럼 동맹국을 건너뛰고 한·미 연합훈련을 일방적으로 포기하는 식으로는 북한과 협상하지 않을 작정이다. 이는 또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과 양자 및 3국 간 협의를 통해 협력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셋째, 비핵화의 길에서 의미가 있다면, 온건하고 점진적인 조치를 협상하는 데도 열려 있는 듯 보인다. ‘의미 있는’ 조치란 북한이 추가적 개발·시험·생산을 중단해 종국에는 비가역적 비핵화를 이루는 데 필요한 조치를 뜻한다. 넷째, 북한이 의미 있는 비핵화 조치를 취한다면 북·미 간이든 한국과 함께든 제재 완화와 평화 선언을 포함한 상당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용의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단계적 접근법에 가깝다.

넷째, 중국의 역할을 크게 보지 않는다. 중국을 협상에서 축출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그보다는 북한 비핵화에서 중국의 역할이 제한적이며, 미국은 다른 미·중 관계 영역에서 중국이 북한 이슈를 압박 수단으로 쓰는 걸 좌시하지 않을 것이고, 궁극적으로 북한에 관한 미·중 간 ‘그랜드 바겐’은 달성 가능하지 않다는 인식을 반영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상급 회담을 배제하지는 않으나, 전문가 레벨의 ‘상향식’ 협상을 훨씬 강조한다. 성 김 대사를 고위급 특사에 임명한 것은 협상이 ‘중간급으로부터의 상향식(midium-up·예를 들어 최선희 북 외무성 차관급 혹은 그 이상)’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모호한 정책의 아이러니는 실제로 먹혀드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북한은 지금 이례적으로 조용하다. 오바마나 트럼프 취임 직후 장거리 미사일 시험이나 핵실험으로 보여줬듯, 북한은 미국에 새 행정부가 들어설 때 관행적으로 거센 압박을 가했다. 하지만 이번에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이나 한·미 정상회담에 대응해 불꽃놀이를 벌이지 않았다. 평양은 왜 침묵하고 있을까? 한 가지 이론은 김정은이 자기 버전의 전략적 인내를 실행 중이라는 것이다. 대화 테이블로 돌아오는 몸값을 올리기 위해서일 수 있다. 둘째 이론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 바이든이 유연성을 보여줄 것인지 기다리는 중이라는 것인데, 8월 한·미 군사 훈련이 어떤 형태가 될지가 그 첫 신호일 것이다.

셋째 이론은 김정은이 스스로 인정한 내부 경제 문제에 집중하고 있으며, 그래서 세계가, 심지어 중국도 비난할 도발을 할 의욕이 꺾인 상태라는 것이다. 넷째 이론은 북한 정권이 코로나 대유행에 정신이 팔려 있다는 것이다. 다섯째 이론은 북한의 침묵이 사실은 외교적 협상에 관심이 있다는 신호라는 해석이다.

마지막 이론은 지금 북한의 침묵은 ‘폭풍 전야의 고요’이며,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혹은 더 강력한 다탄두 대륙간탄도미사일 기술 과시를 포함한 미사일·핵실험 등 또 다른 도발을 앞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 마지막 이론이 사실이 아니길 바라지만, 어쩌면 가장 가능성이 높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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