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사)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이사장이 지난 3월 16일 서울 성동구 소월아트홀에서 열린 '전국 시군구 남북교류협력 포럼 창립총회'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임종석 (사)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이사장이 지난 3월 16일 서울 성동구 소월아트홀에서 열린 '전국 시군구 남북교류협력 포럼 창립총회'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국내에서 걷은 북한의 저작권료 23억원을 법원에 공탁 중인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이 그중 5억원이 국고(國庫)에 귀속될 상황에 처하자, 공탁금을 찾은 뒤 재(再)공탁하는 방법으로 이를 저지했던 것으로 16일 전해졌다.

‘공탁’은 법원에 돈을 맡겨 놓고 소유권자가 절차를 거쳐 찾아가게 하는 제도다. 다만, 공탁 기간이 10년이 넘어가면 그 돈은 자동으로 국고에 귀속돼 우리 정부 재산이 된다. 경문협은 이를 막으려 ‘회수 후 재공탁’ 방법을 사용한 것이다.

경문협은 지난 2004년 설립 이후 북한 저작권 사무국과 계약을 맺고 국내 방송사가 사용하는 북한 조선중앙TV 영상이나 국내 출판사가 펴낸 북한 작가 작품 등에 대한 저작권료를 북한을 대신해 걷었다. 그런데 2008년 7월 ‘박왕자씨 금강산 피격 사건’으로 인한 대북 제재로 북한에 송금할 수 없었다. 이후 북한의 저작권료가 23억원까지 쌓였는데 경문협은 이를 매년 법원에 공탁해 왔다.

대법원이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경문협은 지난 3월 ‘공탁 기간(10년) 만기’가 돌아온 북한 저작권료 2억7000여만원을 회수 후 재공탁했고, 2019년과 2020년까지 포함하면 약 5억원에 이른다. 경문협은 임종석 대통령 외교·안보 특별보좌관(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대표로 있다. 2008년 대북 송금이 금지되기 전까지 이 단체는 북한에 7억9000여만원을 저작권료로 보냈다.

경문협의 ‘재공탁’ 조치를 놓고 법조계에서는 “북한을 의식한 일종의 꼼수”라는 말이 나왔다. 경문협은 북한 정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승소한 국군 포로들이 공탁금에서 손해배상금을 확보하려는 것도 막고 있다.

작년 7월 법원은 6·25 전쟁에 참전했다가 포로가 돼 강제 노역을 했던 국군 포로 2명에 대해 북한 정부가 42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후 국군 포로 측은 그 돈을 경문협이 법원에 공탁한 저작권료로 대신 받겠다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경문협 측은 ‘공탁금은 저작권자인 북한 방송사 등이 가져갈 돈으로, 북한 정부와는 관계없다’는 논리로 국군 포로들과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경문협 측은 이에 대해 “북측 저작권 대행 사업은 국제 협약과 국내법 등에 따라 합법적으로 진행되는 사업”이라며 “저작 권리는 저작권자의 사적 재산으로 국가 귀속 등 방법으로 이행을 강제하는 것은 저작권 국제 협약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탁 시효(10년) 소멸시 국고로 귀속하는 일반 미제 공탁 사건과, 소유가 분명한 저작권료를 투명하게 관리하기 위해 취해진 경문협의 조치는 명백히 다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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