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를 62년간 통치해온 피델 카스트로(왼쪽)와 동생 라울 카스트로 형제가 지난 2002년 공식석상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피델은 2008년 건강을 이유로 라울에게 권력을 공식 이양한 뒤 2016년 사망했다. 라울은 그로부터 5년 뒤인 2021년 공산당 당대회에서 공식 퇴임하면서, '혁명 후 세대'인 미겔 디아스카넬 대통령에게 권력을 이양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쿠바 공산당 총서기(제1서기) 자리에서 물러난 라울 카스트로의 90번째 생일을 맞아 축전을 보냈다. 라울 카스트로 전 총서기는 지난 4월 형식적으로는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국정 전반에 영향력을 끼치는 ‘상왕'으로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동지가 (3일) 라울 카스트로 루스 동지에게 축전을 보냈다”며 김 위원장이 축전을 통해 “쿠바 혁명의 원로이며 조선 인민의 친근한 벗이고 혁명 전우인 라울 카스트로 루스 동지가 부디 건강하고 행복할 것을 진심으로 축원한다”고 전했다고 4일 보도했다.
축전에서는 카스트로 전 총서기의 사회주의 투쟁 공로도 치켜세웠다.
김 위원장은 “피델 카스트로 루스 동지와 함께 일찍이 무장하고 피어린 투쟁을 벌여 쿠바 인민의 자유와 해방을 성취하는 데 특출한 공헌을 했다”며 “온갖 시련과 풍파를 헤치면서(…) 투쟁을 승리적으로 영도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라울 카스트로 루스 동지가 반제자주, 사회주의 위업 수행을 위한 투쟁의 한길에서 우리 두 당, 두 나라 사이의 참다운 동지적 단결과 친선협조 관계를 강화·발전시키는 데 커다란 기여를 한 데 대해 언제나 잊지 않고 있으며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라울 카스트로 전 총서기는 지난 4월 미겔 디아스카넬 당시 대통령에게 총서기직을 넘겨주고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다. 이에 따라 62년간 이어진 피델·라울 카스트로 형제 통치 시대는 마감됐지만, 여전히 라울 카스트로의 영향력은 남아 있다는 관측이다.
김 위원장은 디아스카넬 총서기가 쿠바의 새로운 일인자가 되자 축전과 함께 김성남 당 국제부장을 대사관으로 보내 축하메시지를 보냈고, 노동신문에도 축전 전문을 공개하는 등 축하 세례를 쏟아냈었다.
앞서 김정은은 지난달 28일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4선 성공을 축하하는 축전도 보냈다. 김 위원장은 “이 기회에 조선과 수리아(시리아) 사이의 역사적인 친선협조 관계가 변함없이 강화 발전되리라는 확신을 표명하면서 평화롭고 번영하는 수리아를 건설하기 위한 당신의 책임적인 사업에서 보다 큰 성과가 있을 것을 충심으로 축원한다”고 했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그의 부친 하페즈 알아사드로부터 권력을 세습 받을 당시만 해도 영국 유학파 출신의 젊은 지도자라는 점 때문에 시리아의 인권 상황 등을 개선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지만, 부친 못지 않은 철권 통치를 펼치고 시리아 내전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해 국제사회의 질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