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25일 정부서울청사 별관 외교부 브리핑룸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결과 정부 합동 온라인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5.25/연합뉴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25일 정부서울청사 별관 외교부 브리핑룸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결과 정부 합동 온라인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5.25/연합뉴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25일 “북한이 말하는 ‘조선반도 비핵지대화'와 우리 정부가 말하는 ‘한반도 비핵화'는 별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북이 주장하는 ‘조선반도 비핵지대화’는 과거 한국에만 미국의 전술핵이 존재하던 시절 만든 개념으로 미국의 핵우산 철거와 주한 미군 철수, 남북한 동시 핵사찰 등을 포함하고 있다. 정 장관이 북한의 핵 폐기를 목표로 하는 ‘한반도 비핵화’와 정반대 개념인 ‘조선반도 비핵지대화’를 같은 개념이라고 평가한 것이다.

북한이 주장하는 조선반도 비핵지대화의 본질은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을 2개월 앞둔 2018년 12월 조선중앙통신 논평을 통해 잘 드러났다. 당시 북한은 “조선반도 비핵화란 우리의 핵 억제력을 없애는 것이기 전에 ‘조선에 대한 미국의 핵 위협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라고 게 제대로 된 정의”라고 했다. 또 “싱가포르 합의에는 분명 ‘조선반도 비핵화’라고 명시돼 있지 ‘북 비핵화’라는 문구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며 “미국은 조선반도 비핵화를 ‘북 비핵화’로 어물쩍 간판을 바꿔놓음으로써 세인의 시각에 착각을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조선반도 비핵화는 북한 비핵화가 아니라 한반도에서 미국의 전략 자산 반입을 금지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비핵화의 대상과 정의에 대한 논쟁의 시발점은 북핵 문제가 처음 불거진 199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 유엔 문서 등에 사용하는 공식적인 표현은 ‘한반도 비핵화’다. 북한과의 각종 공식 합의 문서에 그렇게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원래 미국이 북한과의 모든 합의문에 넣고 싶었던 표현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였다. 하지만 북한은 이 용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과 합의를 이루기 위해 서로에게 유리한 해석이 가능하도록 외교적으로 타협한 결과다.

현재 남측에는 핵무기가 없다. 1990년대 주한미군의 전술핵을 모두 철거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북한에만 핵무기가 있기 때문에 한반도 비핵화는 북핵 폐기로 간주된다. 북한만 핵을 폐기하면 한반도 비핵화가 완성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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