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이후 미국은 대북(對北) 정책과 관련해 ‘완전한(total) 비핵화를 위한 북한의 조치’를 강조했다. 북한과의 대화 방침을 정했지만 먼저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나오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조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으로 대화 재개 여건이 조성됐다”며 남북 간 대화 채널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3일(현지 시각) ABC뉴스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완전한 한반도의 비핵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북한과 외교적으로 관여하는 것이라고 결정했다”며 “(다만) 북한 측으로부터의 명확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공은 그들(북한)의 코트 안에 있다”고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 21일 한미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정확한 조건을 알지 못한다면, 김정은과 만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블링컨 장관은 또 “유엔(UN)이 분명히 금지한 행동을 북한이 계속하고 있어 제재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받아들여야 하느냐’는 질문엔 “우리는 그러지 않고 있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했다.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담당 수석부차관보도 본지 전화 인터뷰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외교적 관여’뿐만 아니라 비핵화, 북한 인권, (북핵) 억지(deterrence) 등의 표현도 함께 써왔다”며 “이번 정상회담으로 미국 정부 입장이 바뀐 것은 전혀 없다”고 했다. 북한의 태도 변화가 감지되지 않는 한 미국 정부가 섣불리 북한과의 협상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다. 그는 “미국은 한국 정부를 의식해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쓸 뿐, 실제 미국이 사실상 목표하는 것은 북한 핵의 완전한 폐기”라고도 했다.

반면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2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미 정상회담으로) 남·북·미가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설 충분한 여건이 마련된 것”이라며 “통일장관으로서 그동안 단절된 대화 채널 복원과 대화를 재개하는 과정을 착실히 밟아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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