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소인수 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소인수 회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미는 북한 핵과 인권, 중국 문제, 미사일 지침, 경제 협력 등에서 굵직한 합의를 이뤄냈다. 우리 안보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합의인 동시에 지난 4년간 문재인 정부의 탈선으로 엇나갔던 정책들을 바로잡는다는 의미가 크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군 55만명에게 코로나 백신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이는 2018년 싱가포르 회담 이후 사실상 중단됐던 한미 연합훈련을 재개하겠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미군은 그동안 컴퓨터 게임이 아닌 실기동 연합 훈련을 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하지만 정부는 미·북 정상회담과 9·19 군사합의 등을 이유로 훈련을 미루더니 작년부터는 코로나 핑계를 댔다. 군대의 훈련은 어떤 경우에도 외교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북한에 훈련 중단을 양보한 것은 나쁜 선례를 남긴 것이다. 훈련하지 않는 군대는 유사시 패망할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한미 연합 훈련을 재개해야 한다. 앞으로 어떤 경우에도 훈련 자체는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북에게 인식시켜야 한다.

한미 정상은 북한 인권 상황 개선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이 북 인권 개선을 명시적으로 밝힌 것은 거의 처음일 것이다. 정부 여당은 그동안 북 인권을 입에 담는 것을 금기시해 왔다.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제안국에서 3년 연속 빠졌다. 급기야 북한에 전단을 날리면 처벌하는 대북전단금지법까지 만들었다. 북한 인권 개선에 가장 앞장서야 할 나라가 인권을 외면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제라도 전단금지법을 폐기하고 북 인권 개선을 위한 실질적 조치를 해나가야 한다.

TV용 깜짝쇼 정상회담으로 북핵이 해결될 거라는 환상은 이제 버려야 한다. 2018년 이후 세 차례에 걸친 미·북 정상회담과 만남,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에도 북핵 문제는 한 치도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핵과 미사일 고도화만 됐을 뿐이다. 또 대북 제재를 완화해 주고 북한이 원하는 것들을 들어주면 핵을 포기할 거란 믿음도 버릴 때가 됐다. 김정은은 핵을 포기할 생각이 조금도 없다. 김은 핵 때문에 사는 게 아니라 핵 때문에 죽게 돼야 핵을 포기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북 제재 유지를 강조하며 “북 비핵화에 대한 어떤 환상도 없다” “김정은 말만 갖고 판단하지 않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과 정부도 이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 이제는 사드도 정식 배치해야 한다. 더 이상 중국이나 극소수 좌파 단체 눈치를 보느라 장비·물자 반입조차 못 하는 어이없는 상황은 끝내야 한다. 중국에 “북이 핵을 없애면 미국 사드도 필요없다”고 말해야 한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보인 자세가 진심인지에 대해 의문이 있다. 싱가포르나 판문점 정상회담을 어떻게든 공동성명에 포함시키려고 지킬 의지도 없이 나머지 문제들을 양보해준 것이란 시각이다. 그런지 아닌지는 머지않아 드러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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