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대구·경북 화랑훈련'이 실시되고 있는 안동댐에서 11일 소방대원들이 침투한 적들에 의해 폭파된 댐 초소의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뉴시스

'2021 대구·경북 화랑훈련'이 실시되고 있는 안동댐에서 11일 소방대원들이 침투한 적들에 의해 폭파된 댐 초소의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뉴시스

북한은 16일 합동참모본부의 2021년 화랑훈련 등에 대해 “물인지 불인지 모르고 마구 헤덤벼치고 있다”며 “남조선군부의 북침 전쟁 광기가 도를 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북한은 이날 대외 선전매체 ‘통일의 메아리’에 게재한 ‘물불을 모르고 헤덤벼치는 남조선군부’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같이 밝혔다. 북한은 최근 합참이 개시한 화랑훈련과 최근 한미 공군의 연합 공수화물 적·하역 훈련, 고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 전력화 방침 등을 거론하며 “우리를 선제 타격하기 위한 흉계에 따른 것으로서 가뜩이나 첨예한 조선반도의 긴장 상태를 더 한층 격화시키는 요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를 어째보겠다고 극도의 전쟁열을 고취하는 남조선군부의 호전적 망동은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는 장본인이 저들임을 자인한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격으로 부질없이 날치는 남조선군부의 가소로운 객기는 작두날에 목을 들이미는 것과 같은 미련한 짓”이라며 “허세를 부린다고 상전의 전쟁 하수인의 가련한 신세가 달라질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동족 대결에 피눈이 돼 날뛸수록 오히려 제손으로 제 눈을 찌르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뿐”이라고 했다.

지난 12일 경북 칠곡군 왜관철교에서 열린 민·관·군·경·소방 통합방위능력 향상을 위한 ‘2021 대구·경북 화랑훈련'에 참가한 육군 50사단 정비대대 장병들이 경계 작전에 임하고 있다./뉴시스

지난 12일 경북 칠곡군 왜관철교에서 열린 민·관·군·경·소방 통합방위능력 향상을 위한 ‘2021 대구·경북 화랑훈련'에 참가한 육군 50사단 정비대대 장병들이 경계 작전에 임하고 있다./뉴시스

◇화랑훈련, 간첩 잡는 훈련인데…

그러나 북한이 언급한 화랑훈련은 전·후방 각지의 침투·도발에 대비한 민·관·군 합동 대비태세 훈련이다. 1970~80년대 수도권에서 간첩을 잡기 위해 실시했다가 2001년 전국으로 확대됐다. 군뿐 아니라 정부 중앙부처, 지방자치단체, 경찰과 향토 예비군, 민방위대 등이 참여한다. 북한에 대한 ‘선제 타격’과는 거리가 있는 훈련이다. 북한의 전면전 도발 상황을 방어하고 북진(北進)을 실시해 평양, 개성, 신의주, 나진 등 국토 전지역 수복 등을 목표로 하는 한미 연합훈련 등 대규모 훈련과도 성격이 판이하다.

화랑훈련은 그나마 일부 지역에선 코로나 상황을 고려, 훈련 기간을 통상 4박 5일에서 2박 3일로, 훈련 규모 역시 3분의 1로 축소한 상황이다. 애먼 화랑훈련에 대해서까지 북한이 비난을 쏟아낸 데 대해 정부와 군 안팎에선 ‘훈련을 아예 하지 말란 말이냐’ ‘훈련을 하나하나 양보했더니 북한 버릇이 나빠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 3월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열린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촉구' 시민사회 공동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훈련 중단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3월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열린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촉구' 시민사회 공동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훈련 중단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주요 한미훈련 줄줄이 폐지·축소

한미는 2018년 남북, 미북 정상회담 이후 2019년부터 매년 봄 동시에 진행하던 키리졸브(KR)와 야외 기동훈련인 독수리훈련(FE)을 폐지했다. 훈련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대체됐다. 대규모 야외 실기동 훈련은 2018년 4월 독수리훈련을 끝으로 재개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김정은은 지난 3월 한미 연합훈련 실시 이전부터 훈련 중단을 요구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 “필요하면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고 발언해 논란이 커지기도 했다. 결국 훈련은 코로나 등을 이유로 상당 부분 축소된 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만 진행됐지만, 북한 김여정은 “50명이 참가하든 100명이 참가하든 동족을 겨냥한 침략 전쟁 연습이라는 본질과 성격은 달라지지 않는다”며 “3년 전 따뜻한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강원 인제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에서 진행 중인 '신임장교 KCTC 전투훈련'에서 기갑 소위들이 목표를 확보한 후 전차와 장갑차 위에서 환호하고 있다./육군

강원 인제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에서 진행 중인 '신임장교 KCTC 전투훈련'에서 기갑 소위들이 목표를 확보한 후 전차와 장갑차 위에서 환호하고 있다./육군

◇육군, 4000명 역대 최대 신임소위 훈련 공개

북한이 화랑훈련 등을 비난한 이날, 육군은 3200명 신임 소위들이 강원 인제 과학화전투훈련단(KCTC)에서 진행 중인 신임장교 여단전투단 훈련을 공개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신임 장교 훈련이다. 전투병과 육군 신임 소위들이 전원 KCTC에 입소해 훈련하는 것 역시 역대 최초다.

신임장교 여단전투단은 현재 병과학교에서 초군반 교육을 받고 있는 소위 3200명을 비롯, 교관 120여명, 훈련지원병력 600여명 등 4000명가량으로 편성됐다. 참가 장교들의 병과 역시 보병·포병·기갑·공병·화생방·정보·정보통신 등을 총망라, 제병 협동 작전이 가능한 규모라고 육군은 밝혔다.

강원 인제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에서 진행 중인 '신임장교 KCTC 전투훈련' 장면. 포병 소위들이 K55A1 자주포 내부에서 사격 절차를 숙달하고 있다./육군

강원 인제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에서 진행 중인 '신임장교 KCTC 전투훈련' 장면. 포병 소위들이 K55A1 자주포 내부에서 사격 절차를 숙달하고 있다./육군

육군은 전장 조건을 사실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무인항공기(UAV)와 공경·정찰 드론, 전차·장갑차·자주포·제독차 등 18종 전투장비 145대를 현장에 투입하기도 했다. 신임 장교들은 지난 15일부터 잠을 아예 자지 않는 무박(無泊) 교전 훈련 중이다. 훈련은 18일까지 4일간 진행된다. 훈련에 참가한 구윤재 소위(보병·24)는 “소대장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다”며 “남은 훈련 기간 최대한 배우고 스스로 단련, 주어진 임무를 반드시 완수하는 소대장이 되겠다”고 했다.

육군 관계자는 “신임 장교들은 견적필살(見敵必殺·적을 보면 반드시 죽인다)의 자세로 훈련에 임하고 있다”고 했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