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 부처 관계자들은 11일 탈북민들의 대북 전단 살포를 겨냥해 ‘엄정한 법 집행’을 공언한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4주년 연설(10일)에 대해 ‘예상 밖'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에 대한 성의 표시 수준의 조치는 예상했다”면서도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 인권을 중시하는 미국을 자극할 수 있는 발언을 대통령이 직접 할 줄은 몰랐다”고 했다.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비무장지대(DMZ) 인근에서 대북전단을 살포했다고 밝힌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가 10일 오후 종로구 서울경찰청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비무장지대(DMZ) 인근에서 대북전단을 살포했다고 밝힌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가 10일 오후 종로구 서울경찰청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문 대통령이 ‘법 엄정 집행’을 언급한 당일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를 소환해 6시간 동안 조사했다. 박 대표가 지난달 말 전단 50만장을 북한으로 날려 보냈다고 주장하자 북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은 “남조선 당국에 책임이 있다”며 ‘상응 행동’을 위협했다. 전단 대부분이 남쪽에 떨어진 것으로 알려져 대북전단금지법 적용이 애매해졌는데도 경찰은 “살포 미수도 처벌할 수 있다”고 해왔다.

하지만 탈북민 탄압으로 비칠 수 있는 문 대통령의 발언과 경찰의 움직임은 한·미 정상회담에 악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데이비드 맥스웰 미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트위터에 “바이든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 이슈를 어떻게 다룰지 흥미진진하다”고 썼다. 미 조야에선 작년 말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 속 강행 처리된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해 비판적 시각이 지배적이다.

우리 외교 당국도 박 대표의 사법 처리 여부가 정상회담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고위 외교관은 “정부는 북한 인권 이슈는 피하고 미·북 대화 재개 논의에 집중하고 싶겠지만 ‘인권’을 핵심 외교 기조로 삼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가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넘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 등 국내 시민단체들은 이날 “대북전단금지법은 표현의 자유, 2500만 북한 동포의 인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법률”이라며 폐지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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