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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영우]바이든 행정부가 김정은의 사기극에 넘어가지 않으려면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회장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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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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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 검토가 완료되었다고 4월 30일 백악관이 밝혔다. 대북 정책의 구체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으로 단계적 접근법을 선택했다는 사실은 확인되었다. 이제 미·북 간 탐색전과 북한의 몸값 올리기 게임이 끝나면 협상 재개의 수순으로 들어갈 것이다.

그러나 험난한 비핵화 여정에서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지는 미국이 보유한 협상 레버리지와 이를 활용할 전략에 달려있다. 미국은 북한의 운명을 좌우할 레버리지를 갖고 있는 반면에 북한은 가혹한 경제제재에다 국경 봉쇄와 자연 재해까지 겹쳐 ‘고난의 행군’ 이후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협상 레버리지만 두고 본다면 북한은 미국의 적수가 될 수 없다. 그럼에도 지난 30년간 핵개발 카드 하나로 미국과의 대결에서 밀리지 않고 버텨온 것은 비범한 지략과 뚝심 때문만은 아니다. 미국의 허술한 협상 전략과 집중력 부족도 큰 몫을 했다.

역사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12일 오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역사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12일 오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북한의 변함없는 목표는 핵을 보유하면서 경제발전도 이루는 것이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최선의 전략은 핵물질 생산 시설을 내어주는 대가로 제재 해제를 받아내고 핵무기와 이의 원료로 사용할 고농축우라늄(HEU)과 플루토늄(Pu)등 핵물질을 지키는 것이다.

북한이 이미 군사적으로 필요한 최소한의 핵무기와 핵물질을 확보했다면 핵물질 생산 시설의 군사적 용도는 소멸된 셈이다. 기존 핵무기·핵물질을 모두 폐기하고 그만한 분량을 다시 생산하는 데 10년이 걸린다면 핵무기·핵물질 재고가 북한 핵 능력의 거의 전부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북한은 용도 폐기된 핵물질 생산 시설을 핵무기·핵물질을 지킬 협상 자산으로 활용하는 데는 귀재다. 2년 전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에서는 영변단지만 내어놓는 조건으로 제재 해제를 받아내고 영변 외부에 숨겨둔 핵 시설을 계속 가동하여 핵무기·핵물질 재고를 더 늘리려는 과욕을 부리다가 천금 같은 딜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앞으로의 협상에서는 이런 술책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므로 영변 외부의 일부 핵 시설을 폐기 대상에 추가하는 소위 ‘영변+α’로 제재를 해제 받고 핵무기와 핵물질을 지키는 전술로 후퇴할 것이다. 이러한 북한의 현란한 술책에 미국이 우롱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북한의 핵물질 생산 ‘동결’에 급급한 나머지 핵무기·핵물질의 폐기를 지연시키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에게 가장 절박한 제재 해제를 핵무기·핵물질의 폐기와 연계해야 한다. 제재 해제와 등가성이 있는 북한의 자산은 핵무기·핵물질뿐이다.

빅딜을 통한 일괄 타결이든 스몰 딜을 통한 단계적 비핵화든 핵무기·핵물질 폐기를 하루라도 앞당기는 게 좋은 딜이다. 미국이 핵물질 추가 생산을 막는 데 제재 해제 카드를 허비해 버리면 ‘완전한 비핵화’는 공염불로 끝난다. 제재 해제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나면 북한은 핵무기·핵물질 폐기 압박에 대항할 체력을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이 핵 동결의 대가로 제재 해제를 요구하면 미국은 핵무기·핵물질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제재를 당장 해제해 주겠다고 역제안해야 한다. 북한이 이를 거부하더라도 핵동결의 대가로 제재 해제를 요구할 명분과 근거를 박탈할 수 있다.

둘째, 북한이 핵 폐기를 개시할 때까지는 대북 제재 이행에 틈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핵과 정권 유지 가운데 양자 택일의 상황으로 몰리지 않는 한 김정은이 순순히 핵을 내려놓을 이유는 만무하다. 제재는 북한에 양자택일을 압박할 수 있는 유일한 현실적 수단이다. 핵에 대한 집착이 정권의 종말을 재촉할 수 있음을 김정은이 깨닫게 하려면 돈줄을 완전히 차단하는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는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이지만 자발적 협조는 기대할 수 없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의 협조를 대만에 대한 무기 수출과 연계할 의지만 있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셋째, 미국 본토에 대한 ICBM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한국을 공격하는 데만 사용할 단거리 전술핵무기의 개발을 방치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이는 동맹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

끝으로, 제재를 아무리 철저히 이행해도 그것만으로는 비핵화를 달성할 수 없다. 미국이 비핵화의 대가로 북한에 약속한 한반도 평화 체제와 안전 보장도 비핵화가 완료되는 시점에는 반드시 발효된다는 믿음을 주어야 한다. 북한의 핵 동결 시점에 맞추어 평화 체제 수립의 첫걸음으로 종전 선언을 수용하는 데 인색할 필요가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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