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 29일 경기도 파주 임진각 인근에서 탈북자 단체 회원들이 대북전단을 날리고 있다./김지호 기자

2016년 4월 29일 경기도 파주 임진각 인근에서 탈북자 단체 회원들이 대북전단을 날리고 있다./김지호 기자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담화를 내고 “탈북자 쓰레기들이 또다시 기어 다니며 반공화국 삐라를 살포하는 용납 못할 도발을 감행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남조선 당국은 무분별한 망동을 방치해 두고 저지하지 않았다. 상응한 행동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전단 날린 탈북단체를 처벌 안 하면 보복하겠다고 협박한 것이다.

그러자 통일부는 곧바로 “경찰이 전담팀을 구성해 조사하는 만큼 확실히 이행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경찰청장도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통해 엄정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조속히 수사해 처벌하겠다는 방침을 북에 알린 것이다. 탈북자 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은 대북 전단 금지법 발효 후 처음으로 지난주 전단 50만장을 북으로 날려보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을 막기 위해 동향 감시까지 해왔다고 한다. 김여정이 담화까지 냈으니 곧바로 처벌 절차에 착수한 것이다.

김여정이 작년 6월 전단을 비난하며 “저지할 법이라도 만들라”고 하자 정부는 4시간 만에 법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북한이 개성 남북연락사무소까지 폭파하자 여당은 대북 전단 금지법을 강행 처리했다. 표현의 자유와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비난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미 의회는 지난달 청문회에서 “과도한 자유 침해”라며 법 개정을 권고했다. 옛 공산권 국가도 이 법을 비판했다. 하지만 여권은 “내정간섭”이라고 되레 큰소리를 쳤다. 북한이나 중국이 국제사회의 비판에 대응하는 논리였다.

 

이 정부는 김여정이 장관을 비난하면 교체했고, 한미 훈련을 없애라고 하면 협의하겠다고 했다. 북한 인권결의안에는 3년 연속 불참했고 유엔의 북한인권재단 설립 권고도 무시했다. 귀순하겠다는 북 어민은 살인 혐의가 있다며 수갑 채워 북으로 돌려보냈다. 귀순한 북한 남성이 “국군 초소로 가면 북송될까 봐 민가로 가려 했다”고 할 정도였다. 이 정권 머릿속엔 지금 인권과 비핵화는 뒷전이고 김정은 남매에게 잘보여 정상회담 이벤트를 한번 더 하겠다는 생각밖에 없을 것이다. 민주화를 훈장처럼 내세웠던 정권이 이렇게 타락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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