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과 한미관계에 대해 미국 조야에선 “노무현 정부 때보다 훨씬 나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29일 조선일보 데일리 팟캐스트 모닝라이브에 출연, “최근 들어 미국 조야의 친구들에게 듣는 얘기가 ‘한미 간에 신뢰가 있어야 하는데 노무현 정부 시절이 그래도 나았다’고 한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은 (미국을) 속이진 않았다. 의견이 달라도 다시 치고 받고 뭔가 해결하려는 방법을 찾았는데 문재인 정부는 속을 탁 터놓고 얘기할 상대인가 의문이 든다고 하더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화상으로 열린 기후정상회의에 참석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화상으로 열린 기후정상회의에 참석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뉴시스

최 부원장은 “문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변죽만 울렸다’고 한 것은 상대방이 들으면 굉장히 기분 나쁠 얘기”라면서 “(미북 정상회담이 열릴 때는) 그렇게 칭찬하고 브로맨스를 자랑하다가 (트럼프가 퇴임해) 나가고 나니 딴소리를 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도 ‘내가 그만 두면 나중에 무슨 얘기할 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것”이라며 “트럼프와 바이든 두 사람 모두 기분 나쁘게 하는 비외교적 발언이었다”고 했다. 또 “문 대통령이 ‘중국몽을 따른다’고 하고 ‘중국은 큰 봉우리, 우리는 작은 나라’라고 하고 시진핑을 칭찬했는데, 미국 입장에선 황당했을 것”이라고 했다. 최 부원장은 “이런 상황을 보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가장 좋아했을 것”이라며 “한국이 미국의 동맹 네트워크에서 가장 약한 고리임을 재확인하고 다시 공세를 취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 정부와 대화를 통해 한미일 협력의 틀을 만들고 망가진 울타리를 고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4·27 판문점 선언 3주년을 맞아 “도보다리 풍경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지금은 평화의 시계를 돌릴 때”라며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진전시키겠다”고 말했다.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한미 공조를 강화하기 보다는 남북관계 진전을 강조하면서 ‘기승전북한’의 태도를 보인 것이다.

최 부원장은 “바이든 대통령과 바이든 행정부 사람들이 이를 듣고 ‘오 마이 갓(Oh my god)’이라고 했을 것”이라며 “문 대통령이 매번 그랬던 것처럼 또 다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얘기를 하는구나 싶어서 굉장히 실망했을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트럼프의 싱가포르 선언에서부터 시작하라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최 부원장은 “바이든이 제일 싫어하는 포인트만 언급했다”면서 “문 대통령과 함께 일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했다. 또 문 대통령이 백신 문제로 미국을 비판한 것에 대해서도 “그 발언 이후 곧바로 백악관 대변인이 백신 비축 물량을 주변국에 지원하겠다고 밝혔는데, 우리 정부는 미국 정부가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할 지 상황 파악을 못하고 소통도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미국이 손을 뻗었을 때 그 손을 잘 잡아야 하는데 손에 기름칠을 하고 잡으면 미끄러져 버린다”고 했다.

북한은 최근 4·27 3주년을 맞아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았고,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 한마디 대꾸가 없었다. 최 부원장은 “미국이 없는 한국과는 대화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노골적으로 보인 것”이라고 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미국이 우리 등뒤에 있어야 북한이 우리를 상대한다는 것을 잘 알았다. 그래서 한미 관계가 중요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지금 우리를 경멸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존재 자체를 인식하지 않는 것 같다”면서 “겁먹은 개, 삶은 소대가리라고 욕설을 퍼붓다가 이젠 그런 말조차 입에 담기 싫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악플보다 무플이 더 무섭다. 지금 남북은 무플인 상태로 갔다”면서 “문재인 정부 아래에서 남북관계는 더 이상 없다고 북한이 간접적으로 보낸 메시지”라고 했다. 또 “김정은이 문 대통령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트럼프의 말이 맞아가는 것 같다”면서 “북한이 남한에 대해 가진 환상은 하노이에서 완전히 깨졌다. 북한으로선 남북관계에서 더 이상 얻을 게 없다고 보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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