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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민] 北 핵·미사일, 포용 정책이 키웠다
윤덕민 한국외대 석좌교수·前 국립외교원장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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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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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3월 25일 새로 개발한 신형전술유도탄 시험발사를 진행했다며 탄도미사일 발사를 공식 확인했다. 이번 신형전술유도탄은 탄두 중량을 2.5t으로 개량한 무기체계이며, 2기 시험발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자평했다./조선중앙TV 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3월 25일 새로 개발한 신형전술유도탄 시험발사를 진행했다며 탄도미사일 발사를 공식 확인했다. 이번 신형전술유도탄은 탄두 중량을 2.5t으로 개량한 무기체계이며, 2기 시험발사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자평했다./조선중앙TV 연합뉴스

지난달 북한은 우리 군 현무와 유사한 KN23 개량형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핵탄두를 실을 수 있게 탄두와 크기를 개량했고 요격을 회피하면서 600㎞를 날아가 한반도 전역을 정확히 핵 공격할 능력을 보여주었다. 우리 군은 유엔 제재 결의안 위반임을 피하고자 애써 미상 발사체라고 했지만, 지난 30여년간의 우리 대북 정책이 철저히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냉전 붕괴 직후 한국은 모든 면에서 북한을 압도했다. 우리는 경제 발전과 민주화에 성공하여 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둔 반면, 북한은 동맹국인 소련과 중국이 자신을 버리고 한국과 수교할 정도로 고립무원이었고 체제 붕괴까지 점쳐지는 상황이었다. 요즘 유행하는 ‘별의 순간’이었다. 그런데 별의 순간에서 우리는 통일보다 공존을 택했다. 북한 체제 붕괴보다 변화를 모색했다. 지난 30년간 노태우 정부 이래 역대 정부는 정도 차이는 있지만 남북 협력을 바탕으로 북한의 개혁·개방을 이끌어내어 점증적 평화 통일을 이루어간다는 포용 정책을 취해왔다. 냉전은 끝났고 붕괴는 감당하기 어렵고 남북 경쟁은 무의미하다고 보았다.

김영삼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어떤 동맹도 민족보다 나을 수 없다’고 하여 민족주의가 대북 정책에 가미되었고, 김대중 대통령은 포용 정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햇볕 정책을 주창했다. 북한 정권이 개혁·개방을 하지 못하고 핵무기 개발에 매달리는 것은 냉전 구조 탓으로, 우리가 햇볕 정책으로 대북 적대를 버린 이상 남은 것은 미국의 적대 정책이라는 것이다. 미·북 적대 관계를 청산해야지만,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가 아니라 미·북 사이의 중재자가 되었다. 우리 포용 정책은 원하는 것을 주면 북한 스스로 변할 것이라는 전제에 입각했다.

30년의 포용 정책은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까? 포용 정책으로 북한은 변화했을까? 미국 헤리티지재단이 1995년 이래 발표해온 경제자유지수에 따르면, 북한은 27년째 조사 대상 178국 중 최하위다. 법치주의, 시장 개방, 규제, 정부 개입 등에 있어 100점 만점에 5.2점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꼴찌다. 이는 자유는 물론 개혁·개방의 흔적조차 없음을 의미한다. 계몽군주의 나라치고는 놀라운 결과다. 간접적이나마, 우리 포용 정책의 참담한 성적을 말해준다. 역사적 정상회담들도 있었고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도 있었지만, 북한 변화에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 혹자는 북한 장마당을 이야기하지만, 장마당은 고난의 강행군하에서 북한 주민들이 자구책으로 만든 것이지 우리 정책의 결과가 아니다. 역설적이지만 선의에 입각한 햇볕 정책은 북한 정권에 변화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부작용도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국민 세금으로 천문학적인 지원을 북한에 제공했고 대북 제재 완화를 주장하며 미·북 사이의 중재자를 자임하는 정책을 추진했지만, 김정은 정권은 민족을 겨냥한 전술 핵무기 배치를 공식화했다. 현재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는 오롯이 한국을 겨냥한 것들이다. 지난 3년간 북한이 집중적으로 발사한 많은 탄도미사일은 모두 한국을 핵 공격하는 데 최적화되어있다. 북한이 미국의 적대 정책 탓에 핵무기를 개발한다는 도그마에 빠져 북핵이 우리를 겨냥하고 있다는 본질의 부분을 망각했다. 북한은 미 본토를 겨냥한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지렛대로 하여 사실상 우리를 겨냥한 핵전력을 미국에 묵인받으려 한다.

언젠가부터 우리 정부는 미국을 겨냥한 장거리 미사일 실험에는 유엔 대북 결의안에 동참했지만, 정작 우리 국민을 겨냥한 북한 미사일 실험에는 강력한 대응을 촉구하지도 않는다. 한국 정부는 북한 미사일 활동을 외면하고 미·북 사이의 문제로 미루고 있다.

동서 냉전이 붕괴하고 사회주의권이 도미노처럼 쓰러지던 고립무원의 북한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김정은은 한국군을 제압할 핵 무력을 배경으로 한반도 정치·군사 상황을 주도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더욱이 시대는 탈냉전이 아닌 미·중 신냉전으로 진입했으며, 북한은 기댈 수 있는 강력한 후원 세력을 갖게 되었다. 좋은 시절은 지나갔다. 한국은 한반도 정세를 주도할 능력을 상실하고 있다. 우리 대북 정책이 실패하고 있는 가장 근본적 이유는 한반도 전략 환경의 근본적 전환에도 불구하고, 시대착오적인 냉전적 국제관과 사고에 입각, 90년대 탈냉전 시대의 해법을 여전히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햇볕 정책을 지속하고 냉전 동맹이라는 한미 동맹을 해소해도, 북한은 변화하지 않을 것 같다. 30년을 경험해보고도 대북 정책의 근본적 변화가 없다면, 결국 우리는 동맹도 잃고 북한이 아닌 우리가 변화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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