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화가 박영철이 그린 '미사일'. 김일성·김정일 부자가 미사일 발사를 보며 즐거워하는 그림이다. /조선일보 DB

북한 화가 박영철이 그린 '미사일'. 김일성·김정일 부자가 미사일 발사를 보며 즐거워하는 그림이다. /조선일보 DB

외교부 산하 한국국제교류재단이 북한 김씨 왕조 숭배 그림이 걸리는 해외 미술 전시회에 우리 국민 기금 8700만원을 지원한다고 한다. 이달 말 스위스에서 열리는 남·북·중 작가 전시회에는 김일성·김정일 부자가 미사일 발사를 보며 즐거워하는 그림 등이 소개된다. 제목 자체가 ‘미사일’이다. 미사일을 배경으로 화염과 연기가 너울거린다. 북 미사일이 불바다를 만들 곳이 어디겠나. ‘서울 불바다'를 입에 달고 사는 세력이다. 이런 미사일과 김씨 왕조 그림 홍보에 우리 국민 돈을 쓴다는 것이다.

‘미사일’을 그린 박영철은 북 체제 선전용 그림을 전문으로 그린다. 2018년 서울에서도 그의 그림이 전시됐다. 여성 농장원들이 웃고 있는 장면이다. 당시 전시기획위원장이던 윤범모는 2019년 국립현대미술관장에 임명됐다. 평양을 “공공 미술의 천국이자 기념비적 조소 예술의 나라”라고 찬양했던 사람이다. 북의 우상숭배용 그림에서 어떤 예술성을 찾을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북 체제 칭송으로 그가 국립미술관장이 된 것은 분명하다. 북한 그림에서 김씨 일가는 언제나 자애롭고 주민들은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이런 그림 뒤에서 세계 최악의 인권 유린이 자행되고 있다.

1년 넘게 코로나 봉쇄 중인 북은 주민이 국경 근처에 접근만 해도 총격을 가한다고 한다. 심지어 중국이 강제 송환하려는 탈북민도 받지 않고 있다. 북의 송환 거부는 중국에 억류된 탈북민들의 생명을 구할 절호의 기회가 된다. 그래서 인권 운동가 수잰 숄티 등이 작년 말 문재인 대통령에게 ‘중국을 설득해 붙잡힌 탈북민들을 데려와 달라’고 부탁하는 편지를 보냈다. 그런데 중국 수용소에 갇혔던 젊은 북 여성 2명이 최근 한국이 아니라 중국 인신 매매범에게 다시 넘어갔다고 한다. 숄티는 “문 대통령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인권변호사라는 문 대통령이 중국에서 짐승 취급을 받는 탈북민을 구해왔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오히려 한국에 온 탈북민을 북송했다.

유엔이 19년 연속 북한 인권결의안을 채택했다. 그런데 문 정부는 3년 연속 공동 제안국에서 빠졌다. 왜 불참했는지 국민에게 설명조차 하지 않는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국군 포로까지 처음 언급하며 북 인권 상황을 우려했지만 문 정권은 한미 외교·국방장관 공동 성명에서조차 ‘북 인권’이란 단어를 못 쓰게 막았다. 이제는 노예 같은 북 인권 실상을 가리려는 그림을 홍보해주려 우리 기금을 쓴다. 개탄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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