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위 비서들과 함께 평양 보통강 주택지구 건설 현장을 시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했다. 고급주택 단지인 이곳은 노동당 청사, 만수대의사당, 인민문화궁전 등 북한 노동당 관련 주요 시설이 밀집한 곳이다. /노동신문 뉴스1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위 비서들과 함께 평양 보통강 주택지구 건설 현장을 시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했다. 고급주택 단지인 이곳은 노동당 청사, 만수대의사당, 인민문화궁전 등 북한 노동당 관련 주요 시설이 밀집한 곳이다. /노동신문 뉴스1

정부가 대북 제재 위반 우려 사안과 관련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위 전문가 패널의 질의를 받고도 ‘개인정보보호법’을 이유로 주요 자료를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공개된 대북 제재위 전문가 패널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전문가 패널은 2019~2020년 통일부 산하 통일교육원이 주최한 미술 전시회와 2019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가 주최한 남북 미술전에 제재 대상인 북한 ‘만수대창작사’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됐다는 보도에 관한 해명을 요구했다. 안보리 질의에 정부는 통일교육원 전시 작품들이 “(주관사인) 케이 메세나 네트워크와 두 한국 미술품 수집가 소유”라며 “만수대창작사를 포함한 북한 국적자와의 직간접 접촉은 없었다”고 답했다. 하지만 구매·반입 경로 확인의 단서가 되는 소장자 신원에 대해선 “개인정보보호법 16조와 17조에 따라 한국 미술품 수집가에 관한 정보는 법으로 보호된다”며 익명에 부쳤다.

정부는 또 국내에서 활동하는 북한 국가대표 출신 재일교포 축구 선수에 대한 안보리 전문가 패널의 자료 제출 요청도 개인정보보호법을 이유로 거절했다. 2017년 채택된 안보리 결의에 따라 축구 선수를 포함한 북한 근로자의 해외 고용은 금지됐다. 이 때문에 전문가 패널은 2017년 북한 국가대표팀에 참여했던 재일교포 선수들이 한·일에서 활동하는 것이 제재 위반이 아닌지 양국에 해명 자료를 요청했다. 일본 정부는 “개인 정보가 있으니 공개하지는 말라”는 요청을 하면서도 자료는 제공했다. 반면 우리 정부는 개인정보보호법을 거론하며 자료 제출을 거절했다.

 

정부가 언급한 개인정보보호법 17조는 ‘개인정보를 국외 제3자에게 제공할 때는 정보 주체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같은 법 18조에는 공공기관이 ‘국제기구에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는 예외란 규정이 있다.

정부 해명이 앞뒤가 안 맞는 점도 있다. 정부는 통일교육원 전시회에 제재 대상인 만수대창작사 작가들 작품이 있었다는 보도와 관련해 전문가 패널에 “은밀한 북한의 특성” 때문에 “북한 예술가들의 소속과 직함을 확인하기는 극도로 어렵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2019년 통일연구원과 국회 남북미술전에는 공통적으로 만수대창작사 수예단장으로 유명한 김청희 작품이 있었다. 통일부는 2019년 4월 공식 블로그에서 국회 남북 미술전을 소개하며 김청희가 북한에서 “공훈 예술가를 받음”이라고 썼다. 김청희가 누구인지 알았다는 얘기다.

전문가 패널은 이번 보고서에서 북한이 계속해서 제재를 회피하며 핵·미사일을 고도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영변 우라늄 농축 시설을 가동하고 있으며, 대륙간 탄도미사일뿐만 아니라 단·중거리 미사일에도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했다. 또 김일성대와 김책공대가 핵무기 관련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전문가 패널은 북한이 작년부터 이란과의 장거리 미사일 협력을 재개했다는 평가를 주목했다. 이란 미사일 전문가들이 평양을 방문했고, 북한 전문가 13명이 이란에 간 정황이 있다는 것이다. 미사일 관련 물품들이 북한에서 이란으로 운송된 정황도 보고서에 언급됐다.

경제난 와중에도 김정은 정권은 마이바흐·렉서스 같은 고급차를 수입했고, 이런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북한은 거래 금지된 석탄을 계속 중국 등에 수출하고 있다. 북한과 중국 선박들이 선적(船籍)을 조작한 채 유류 환적과 수산물 거래 등 안보리 제재로 금지된 행위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 패널은 분석했다. 북한 해역에서 중국 오성홍기와 태극기를 함께 내걸고 조업하다가 적발된 ‘린유윤0002호’란 이름의 선박은 한국 선박이 아닌데도 제재 회피를 위해 태극기를 매단 것으로 파악됐다. 또 작년 4월 북한산 석탄을 중국으로 나르다가 포착된 ‘르홍’이란 선박이 2019년 인천항에 기항하는 등 제재 위반 선박들이 여전히 한국 항구에 드나들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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