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화가 박영철이 그린 ‘미사일’. 김일성·김정일 부자가 미사일 발사를 보며 즐거워하는 그림으로, 한국국제교류재단 측이 전시 홍보를 위해 1일 배포했다. /KF
 
북한 화가 박영철이 그린 ‘미사일’. 김일성·김정일 부자가 미사일 발사를 보며 즐거워하는 그림으로, 한국국제교류재단 측이 전시 홍보를 위해 1일 배포했다. /KF

북한 체제 선전용 그림 홍보에 나랏돈 수천만원이 투입되는 것으로 1일 확인됐다.

한국국제교류재단(KF)은 스위스 베른시립미술관에서 이달 30일부터 열리는 남북한 미술 전시를 후원한다고 이날 밝혔다. 해당 전시는 북한 스위스 대사를 지낸 유명 미술품 컬렉터 울리 지그(75)의 소장품 중 남북한 관련 작품 75점을 선보이는 기획전이다. 남한·북한·중국 작가가 참여하는 이번 전시 제목은 ‘국경을 넘어: 울리 지그 남북한 작품 소장전’. 재단 측은 “베른은 남한과 북한 대사관이 모두 있는 도시”라며 “극명히 대비되는 남북의 모습을 예술로 풀어내는 전시”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출품 목록 중에는 미사일 발사 장면을 배경으로 환하게 웃는 김일성·김정일 부자(父子) 그림 등이 포함됐다. 북한 화가 박영철이 그린 ‘미사일’(The Missiles)이라는 제목의 그림으로, 최근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재단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전시 개요와 구성을 검토해 후원 결정을 내렸다”며 “작품 선정은 전적으로 해당 미술관에 맡겼다”고 말했다. 출품작 중에는 중국 작가의 그림도 포함됐는데, 김정은의 염전 시찰 장면이나 중국 주석 화궈펑이 1978년 북한 방문 당시 김일성과 나란히 손잡고 걷는 그림 등이다.

KF는 이번 전시 홍보와 도록 제작, 작품 운송료 등 명목으로 7만7000달러(약 8700만원)를 지원한다. KF는 해외 박물관·미술관 한국 관련 지원 사업을 통해 매년 각국 전시 기관에서 지원서를 받아 선정한다. 이번 후원은 지난해 12월 결정됐고, 전시 2주 전 송금할 예정이다. 재단 관계자는 “남북의 예술적 차이를 제시하려 했을 뿐 결코 북한을 홍보하려는 의도는 없었다”며 “향후 후원 시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했다. KF는 해외 교류 사업을 담당하는 외교부 산하 공공 기관으로, 주로 우리 국민의 여권 발급 비용 일부를 기금으로 가져가 사업비로 활용한다. 올해 전체 사업비는 510억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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