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각)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가진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북한(N. Korea)이라는 제목이 적힌 메모를 들어 보이며 대북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메모에는 “유엔 결의안 1718호 위반(1718 Res UN-violate)”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 협의(consulting with allies and partners)” “북한이 긴장 고조를 선택한다면 우리도 그에 대응(if they choose to escalate we will respond accordingly)” “하지만 외교적 대응도 준비(but also prepared for some form of diplomacy)” 등이 적혀 있다./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각)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가진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북한(N. Korea)이라는 제목이 적힌 메모를 들어 보이며 대북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메모에는 “유엔 결의안 1718호 위반(1718 Res UN-violate)”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 협의(consulting with allies and partners)” “북한이 긴장 고조를 선택한다면 우리도 그에 대응(if they choose to escalate we will respond accordingly)” “하지만 외교적 대응도 준비(but also prepared for some form of diplomacy)” 등이 적혀 있다./A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 시각) 취임 후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전날 있었던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 위반”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만약 그들(북한)이 (긴장) 고조를 택한다면 그에 맞게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북 외교에 대해서도 “비핵화란 최종 결과를 조건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엔 안보리 결의는 사거리와 관계없이 북한에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관련 모든 활동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에 대한 경고가 아니어서 전혀 염려하지 않는다”며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사실상 묵인했다. 바이든은 이를 바로잡고 원칙으로 돌아가겠다고 공식 선언한 것이다. 이날 미 국무부도 “(상황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한다”며 “북한의 불법적 핵·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은 국제 평화와 안보의 심각한 위협”이라고 밝혔다. ‘규탄’, ‘불법’이란 표현을 써서 트럼프 시절보다 강경하게 반응한 것이다.

이어 바이든은 “대응이 있을 것”이라며 도발에는 대가가 뒤따른다는 경고를 북한에 보냈다. 이와 관련, 유엔 주재 미국 대표부는 이날 “미국의 요청에 따라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위가 26일 열린다”고 밝혔다. 작년 3월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 때 영국·프랑스·독일 등이 규탄 공동성명을 내고 안보리 차원의 논의를 요구했지만, 미국이 미온적이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바이든은 또 “하지만 나는 어떤 형태의 외교도 준비하고 있다”며 “그것은 비핵화란 최종 결과를 조건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북핵·미사일의 심각성을 고려해 대북 외교는 추진하겠지만, 북한의 비핵화로 연결되지 않는 ‘정치적 쇼’는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버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처럼 북한의 위기를 ‘최우선 외교 정책 문제’로 보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8분간 中 때린 바이든 “내가 있는 한, 그들이 최강국 될 일 없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5일 오후(현지 시각) 취임 후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중국을 정조준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총 62분의 회견 중 약 8분을 중국 관련 답변에 할애했다. 그는 “그들(중국)은 세계를 이끄는 국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고 강한 국가가 되려는 종합적 목표를 갖고 있다”며 “내가 있는 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살인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던 바이든은 이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해서도 “푸틴 같은 사람 중 한 명”이라고 했다.

바이든은 미·중 경쟁을 ‘자유 민주주의’와 ‘독재’, ‘인권’과 ‘반인권’의 투쟁으로 인식하는 발언을 거듭했다. 그는 “여러분의 자녀나 손자가 앞으로 독재와 민주주의 중 누가 성공했는지에 대해 박사 논문을 쓰게 될 것”이라며 “단지 중국이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21세기에도 유용한지를 두고 벌이는 민주주의와 독재 간의 전투”라고 했다. 미국이 그저 패권 유지를 위해 중국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며, 독재 국가들의 도전 앞에서 자유·인권·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바이든은 “(중국과) 치열한 경쟁이 있을 것을 알지만 대립을 추구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공정한 경쟁, 공정한 무역 관행이란 국제적 규칙을 따르도록 계속 주장할 것”이라고 했다.

그가 오바마 행정부 부통령이었던 시절, 중국 부주석이었던 시진핑을 만났던 때를 회상하는 장면도 있었다. 그는 시진핑이 “‘민주적(democratic)’의 소문자 디(d)도 뼈대에 없지만 똑똑한(smart)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자신이 껄끄러운 얘기를 할 때도 시진핑이 “못 알아듣는 척하지 않는다는 점을 경외한다”고 했다. 그러나 결국은 시진핑에 대해 “독재가 미래의 추세이며, 민주주의는 복잡해진 세계에서 기능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푸틴 같은 사람 중 한 명”이라고 말했다.

거리두기 기자회견 - 25일(현지 시각) 워싱턴 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조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이 거리 두기 방침을 준수하기 위해 6피트(약 183cm)씩 떨어져 앉아 있다.

거리두기 기자회견 - 25일(현지 시각) 워싱턴 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조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이 거리 두기 방침을 준수하기 위해 6피트(약 183cm)씩 떨어져 앉아 있다.

지난달 11일 시진핑과 2시간 동안 통화했을 때 말한 내용도 언급했다. 바이든은 “미국은 ‘자유’란 개념과 ‘인권’을 가치 있게 여긴다. 우리가 항상 기대에 부응하며 살지는 않지만 그것이 (미국의) 가치 체계”라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또 시진핑에게 “당신(시진핑)과 당신 나라(중국)가 계속해서 그렇게 노골적으로 인권을 침해하는 한, 우리는 계속 가차 없는 방식으로 세계의 주의를 촉구하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분명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최근 중국은 미국 내 인종차별 등을 문제 삼아 미국이 중국의 인권 문제를 제기할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를 반박한 것이다.

바이든은 “어떤 미국 대통령도 위구르족들에게, 또 홍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을 꺼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대중 압박의 최전선에 ‘인권’을 두겠다는 예고였다. 그는 또 “미래는 기술에 달려 있다”며 미 국내총생산(GDP)의 2% 정도를 과학·기술에 투자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바이든 발언에 대해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6일 기자회견에서 “국제 규범 준수에 있어 중국은 모범생, 우등생이고 미국은 열등생[差等生]이라는 것은 공인된 사실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미국에서 코로나로 50만명이 사망하고 총격 사건으로 1년에 4만명 이상이 사망한다고 언급하며 “민주 인권의 등대를 자랑할 자격이 없다”고 했다.

자신의 재임 기간 중 중국이 가장 부강한 국가가 될 일은 없을 것이란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추이톈카이 주미 중국 대사는 CNN 인터뷰에서 “우리의 목표는 더 나은 삶을 향한 중국인들의 점점 커지는 열망에 부응하는 것”이라며 “다른 나라와 경쟁하거나 대체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미국을 뛰어넘는 것이 “중국의 국가 전략인 적은 전혀 없었다”는 얘기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