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25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러 외교장관 회담에 앞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25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러 외교장관 회담에 앞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25일 “역내 문제를 확실히 해결하기 위해 모든 당사국 간 (비핵화) 대화 프로세스가 가능한 빨리 재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어기고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지만,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외교 수장이 북한을 규탄하지 않고 대화 재개를 주장한 것이다. 그는 오히려 “관련국들이 모든 종류의 군사 활동을 중단하라”며 한·미에 책임을 돌리는 듯한 발언도 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외교부 청사에서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외교장관 회담을 마친 뒤 언론 발표에서 “(회담에서) 한반도 정세와 동북아 정세에 역점을 뒀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유지를 위해, 관련국들이 군비 경쟁과 모든 종류의 군사 활동 중단을 포함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라브로프가 말한 ‘모든 종류의 군사 활동’에는 북한 미사일 도발뿐 아니라 한미 군사훈련이나 병력 증강까지 포함될 수 있다. 특히 라브로프가 서울에 오기 직전인 지난 22~23일 중국을 방문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는 다분히 중국을 편드는 발언이다. 미국이 반중(反中) 연대 구축에 나서면서 한·미·일 삼각 공조를 강조하자, 러시아가 북·중과 함께 반미(反美) 연대를 확실하게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의용 외교장관은 “한·러 양국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을 위해 각급에서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며 “(러시아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일관되게 지지한 것을 평가하고 앞으로도 건설적인 협력을 하기로 했다”고 했다.

그는 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목표라고 언급한 뒤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보이는 발사체를 발사한 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미국 정부는 최근 들어 ‘북한 비핵화’란 용어를 쓰는 반면 우리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란 용어를 쓰고 있다. 북한 비핵화는 비핵화 대상을 북한으로 명확히 한정한다. 그러나 한반도 비핵화란 용어를 쓸 경우 남한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까지 없애야 한다는 뜻이 포함될 수 있다.

라브로프 장관은 또 “동북아에서 많은 분야 협력 강화를 위한 다자 협의체에 대한 의견도 교환했다”며 “한국 측이 이에 관한 많은 흥미로운 제안을 가지고 있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외교 당국자는 “G20(주요 20국)과 동북아 방역 협력체 등 포괄적인 영역을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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