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구의원 선거에 도전한 탈북민 출신 인권운동가 박지현 씨가 6일(현지 시각) 잉글랜드 북서부 베리에서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 씨는 오는 5월 치러지는 영국 지방선거에서 보수당 소속으로 구의원 선거에 도전장을 냈다. /AFP연합뉴스

영국 구의원 선거에 도전한 탈북민 출신 인권운동가 박지현 씨가 6일(현지 시각) 잉글랜드 북서부 베리에서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 씨는 오는 5월 치러지는 영국 지방선거에서 보수당 소속으로 구의원 선거에 도전장을 냈다. /AFP연합뉴스

탈북민 출신의 인권운동가 박지현(52)씨가 영국 지방선거에서 보수당 구의원 후보로 지명됐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17일(현지 시각) 박씨가 오는 5월 열리는 영국 지방선거에서 잉글랜드 그레이터맨체스터 지역의 무어사이드 구(區) 지방의원 후보가 됐다고 보도했다. 영국 보수당은 “한국 외 지역에서 공직 선거에 출마하는 최초의 탈북민”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박 후보의 당선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더 타임스는 박 후보가 지역구를 홀리루드 구에서 무어사이드 구로 바꾸게 되면서 당선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고 전했다. 무어사이드 구가 그의 거주지인데다가 접전지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박 후보는 2008년 영국에 난민으로 정착했다. 그간 영국에서 탈북 여성과 북한 아동의 인권 보호 활동을 벌였다. 2019년 6월에는 영국 의회가 연 청문회에서 북한의 실상을 폭로해 주목 받았다. 당시 박 후보는 북한 주민들이 탈북을 해도 국제사회에서 난민 지위가 제대로 인정되지 않고, 여성들의 경우 인신매매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자신의 피해 사실을 증언했다. 인권 활동을 인정받아 영국 ’2018 아시아여성상 대상'을 받았고, 지난해에는 국제앰네스티 브레이브 어워드 초대 수상자로 선정됐다.

 

박 후보는 “지역사회 봉사를 위해 출마 결심을 했다”며 “다른 사람들이 말을 할 수 있도록 내 얘기를 꺼내기로 했다”고 했다.

영국 언론들은 “박씨처럼 고통스러운 삶의 경험을 가진 후보는 없었다”며 박 후보를 주목하고 있다. 함경북도 청진 출신인 박 후보는 1998년 고난의 행군 때 남동생과 함께 첫 탈북을 감행했다. 탈북 과정에서 중국 농부에게 75만원에 팔려 아들까지 낳았던 인신매매 피해자다. 2004년 중국 공안(경찰)에 붙잡혀 북송됐고, 도 집결소(강제 노동 수용소)에 갇혀 살았다. 집결소에서 다쳐 길거리에 버려진 뒤 탈북에 재도전해 영국에 정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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