趙元喆
/연세대 교수·토목공학

1980년대 중반에 온 나라를 들끓게 하였던 금강산댐 문제가 이제야 현실적인 것으로 다가왔다. 사실 금강산댐이라는 이름도 우리가 붙인 것이라 북한에서는 코웃음칠 일이겠지만 그 때 ‘통치’차원에서의 대응조처로 이루어진 평화의댐 사업처럼 그렇게도 신뢰를 받지 못했던 국가적인 대사도 없을 것이다.

그 후 언제 그러한 일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조용히(?) 지내던 상황이 금년에 들어와서 현실적인 위험으로 인지되었으나 또다시 조용히 대처하다가 마침내 그 실상이 시민들에게 노출되었다. 지난 1월 17일부터 평화의댐 상류 북한강으로부터 흙탕물이 내려오고 유하량이 많아진, 무엇인가 잘못된 상황이 관계기관에 감지되고 그 원인을 백방으로 찾았으나 직접 현장을 볼 수 없는 상황이라 여러 가지 가능성에 대한 짐작만 이루어지기 시작하였다. 여러 가지 가능성에 대한 결론으로 당장 평화의 댐을 보강하는 계획을 착수하게 되어 현실적인 위험 가능성에 대응하려 하고 있다.

구체적인 방법은 전문가들의 중지를 모아서 결정될 것이지만 3개월 가까이 시민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것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일이다. 이제는 그럴 때가 아니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간에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니 다행이기는 하지만.
지난 4월 24일에 촬영된 해상도 1m급인 아이코노스 위성 사진을 분석해 보면 댐 제체(堤體) 상류부의 사면이 매우 가파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흙을 기본재료로 하는 사력(砂礫)댐인 점을 고려할 때 사면경사가 너무 급하면 수위상승에 따라 사면의 붕괴가 쉽게 유발될 수 있다. 사진을 분석해 보면 상류 사면이 세 군데나 붕괴되어 있다. 두 군데는 댐의 정상부로부터 붕괴되어 있으며 맨 좌측의 것은 사면 중간부 부터 붕괴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좌측에 있었던 것으로 판단되는 가배수로의 배출구 주변에도 보호시설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 가배수로에서 물이 유출된 것으로 볼 때 제체 하류부로 부터의 붕괴도 가능한 것이다. 현재까지는 공사가 마감되지 않은 상태이다. 더욱이 붕괴가 일어난지도 상당한 시간이 경과된 것으로 판단되나 아직도 보수를 하지 않은 이유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댐공사장 주변에는 나무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황폐화되어 있으며 제체 상하류부 모두 피복되지 않은 상태이다.

기본적으로 금강산댐은 북쪽으로 물을 방류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하류부로는 방류시설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더욱이 서쪽의 임진강 유역으로부터도 유역변경이 시도되어 임진강의 물을 동쪽의 북한강으로 유하시키고 다시 북쪽으로 방향을 돌려 흐르게 하여 발전을 하는 2단계 유역방식인 것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물을 하류로 흐르게 하는 상식이 통할는지가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아울러 작년 10월 10일에 있었던 임진강상의 소수력 발전용댐인 ‘4월 5일’ 댐의 급격한 방류로 인한 상황도 우연한 일로만 볼 수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판단이다.

금강산 댐의 안전문제는 크게 두 가지 방안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그 하나는 북측과 직접대화를 통해서 임진강과 금강산댐 현장을 확인하고 공동으로 댐의 안전대책을 강구하며 북측이 필요로 하는 전력공급과 수자원의 공동이용과 치수 안전도를 높이기 위한 조처들을 국제기준에 따라 협의하는 일이다.

다른 하나는 이러한 협의가 여의치 않을 때 현실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일이다. 그것은 평화의 댐을 보강하는 일과 그 하류에 위치한 화천댐을 개선하는 일, 그리고 임진강 제방을 보강하는 일일 것이다. 이러한 작업을 위해서는 실상을 보다 상세하게 파악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