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은 만사 제쳐 두고라도 붕괴 위험성이 제기되고 있는 북한 금강산댐의 안전관리 문제부터 화급하게 논의해야 한다. 정부는 북측에 공동조사를 제의하고 거부당하면 우리쪽 화천댐을 비워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지만 이런 소극적인 대응으로는 안된다. 북한이 남북공동 대처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보지만, 만약 외면한다면 정부는 모든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내야 한다.

그러나 현정부가 이 문제를 놓고 북한당국에 얼마나 단호한 자세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을 떨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지금까지 정부행태가 그랬다. 금강산댐의 위협성과 위험성을 우려하는 것 자체를 백안시해 온 그간의 세태와 ‘유행’ 탓이었는지, 여러가지 심상찮은 이상징후를 포착하고도 정부는 쉬쉬했을 뿐이다. 지난 한겨울에 북쪽에서 난데없이 3억t 이상의 흙탕물이 기둥처럼 밀려와 북한강 상류계곡을 휩쓸었고, 3년전 여름 폭우때는 강변 휴게소 지붕까지 덮쳤다.

그 뿐인가. 금강산댐이 물을 담기 시작하면서 남쪽 북한강 상류는 바닥을 드러낸 실개천이 돼버렸다. 수자원 고갈에다 주민들 생업과 생태계가 심각한 위협을 받은지 오래다. 북으로부터 물벼락과 물조이기가 되풀이 되는데도 북한에 말 한마디 못한 이 정부는 대관절 어느나라 정부인가.

흙과 자갈로 쌓은 금강산댐은 여기저기 무너져 내린 흔적이 인공위성 촬영으로 생생하게 확인됐고, 물이 흘러나갈 통로(여수로)조차 제대로 만들지 않아 저수량이 늘어나는데 따라 언제 붕괴할지 모르는 위험천만한 상태로 여겨지고 있다. 수계(水系) 관리에 대한 국제관례를 따지고 있을 겨를도 없다. 이 일을 남북이 함께 대처하지 못한다면 남북경협이니 대북지원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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