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이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한 한승주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에게 “정책을 평가할 때는 달라진 시대 변화에 걸맞는 기준과 시각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훈수를 뒀다. 외교가의 대표적 원로로 꼽히는 한승주 이사장은 김영삼 정부 초대 외교부 장관(1993~1994년)을 지냈고, 노무현 정부 때 주미대사(2003~2005년)를 역임했다.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사진 왼쪽)과 한승주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 /조선일보DB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사진 왼쪽)과 한승주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 /조선일보DB

 

문 대통령의 복심(腹心)이라 불리는 윤 의원은 24일 페이스북에서 한 이사장의 인터뷰를 언급하며 “외교현장에서 수고하신 분의 우려 그 자체를 존중하고 싶다”면서도 “몇 가지 결코 동의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다”고 했다. 윤 의원은 문 정부 초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으로 2018년 남북 대화에 깊숙히 관여했다. 앞서 한 이사장은 최근 발간한 저서 ‘한국에 외교가 있는가’와 여러 인터뷰 등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외교에 사람·절차·정책이 없다”고 비판한 바 있다.

윤 의원은 한 이사장이 ‘북한에 아무리 호의를 보여도 남북관계가 진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 “전제가 잘못됐다”며 “강화된 대북 제재로 노트북 하나가 들어갈 수 없는 실정이고, 인도적 차원의 식량 지원도 진행된 게 없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은 다소 정체 국면인듯 보이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전보다 누가 뭐래도 앞으로 전진했다”며 “미사일을 쏘면 금방이라도 전쟁이 날 것 같았던 2017년과 비교해 지금 우리가 누리는 평화는 근본적 평화”라고 했다.

윤 의원은 한 이사장이 한미관계에 대해 우려를 표한 것에 대해서도 “그 어떤 정부보다 튼튼하다”며 “정부는 잘 균형을 잡으며 나아가고 있다. 선진국의 뒤를 쫓아가며 눈치 보기만 급급했던 오래 전 외교의 관행으로 지금을 평가하고 계신 것 아니냐”고 했다.

윤 의원은 한 이사장에게 “문재인 정부의 외교에 ‘이념’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순간, 합리적인 토론의 문은 닫히고 만다”며 “그런 색깔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본질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사회 원로의 통찰력과 혜안은 우리에게 꼭 필요하지만, 정책을 평가할 때는 달라질 시대 변화에 걸맞는 기준과 시각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