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중앙TV가 8일부터 11일까지 김정은 당 총비서 주재로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12일 보도했다./조선중앙TV
북한 조선중앙TV가 8일부터 11일까지 김정은 당 총비서 주재로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12일 보도했다./조선중앙TV

국가정보원은 16일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영문 표기를 ‘체어맨(chairman)’에서 ‘프레지던트(president)’로 바꿨다”며 “(통치 이념을) 인민대중제일주의로 바꾸고 시스템 통치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회 정보위원회 여야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과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국정원이 이날 정보위에 이같이 보고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지난달 노동당 8차 대회를 통해 비서국을 부활하는 등 당 조직을 개편하고 노동당 위원장이던 김정은을 당 총비서에 추대했다. 영문 표기도 ‘chairman’에서 ‘general secretary’로 바꿨다. 하지만 국가 조직인 국무위원회의 경우 개편 없이 국무위원장 영문 표기만 ‘chairman’에서 ‘president’로 바꿨다. 전직 통일부 관리는 “대통령·총통·총수를 뜻하는 프레지던트란 직함을 내세워 정상 국가처럼 보이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했다.

위원장이란 직함이 김정은의 권위를 훼손하기 때문에 지우기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2016년 7차 당대회에서 비서국을 없애고 ‘노동당 제1비서’였던 김정은을 ‘노동당 위원장’으로 추대했다. 이로 인해 수만명에 이르는 각급 기관·단체의 초급 당 비서들까지 하루아침에 위원장이 되면서 “개나 소나 위원장”이란 말이 나왔다는 것이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16일 오전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16일 오전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추락한 김정은의 위신을 세우기 위해 비서국을 부활, 유일무이한 총비서에 김정은을 추대한 것”이라며 “당 직함을 바꾸는 김에 국무위원장 영문 표기에서도 ‘위원장’의 흔적을 지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조만간 국무위원회를 개편해 ‘국무위원장’이란 직함 자체를 없앨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국정원은 작년 12월 북한이 ‘한류(韓流) 처벌’을 위해 제정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 대해서도 보고했다. 하태경 의원은 “남한 영상물 유입·유포는 최고 사형에 처하고, 시청은 기존 징역 5년에서 15년으로 강화했다”고 전했다. 영상물뿐 아니라 도서⋅노래⋅사진도 처벌 대상이고, ‘남조선 말투나 창법을 쓰면 2년의 노동교화형(징역)에 처한다’는 조항도 신설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김정은은 2018년 활발했던 남북 교류 여파로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국 문화를 추종하는 현상이 심각해졌다고 보고 작년 내내 ‘혐한 드라이브’를 주도했다”며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한 것도 그런 차원”이라고 했다.

국정원은 김정은의 건강에 대해 “최근 당대회에서 3일간 총 9시간에 걸쳐 직접 연설하고, 지난 8일부터 열린 당중앙위 전원회의에서도 4일 내내 연설하는 등 이상 징후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했다. 1년 가까이 공개석상에서 사라진 아내 리설주에 대해선 “특이 동향이 없고, 아이들과 잘 놀고 있다. 코로나 방역 문제 때문에 등장하지 않은 것으로 추론된다”고 했다.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당중앙위 부부장에 대해선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제외되고 지위가 조정됐음에도 실질적 위상과 역할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고 했다.

한편 국정원은 “매일 평균 사이버 공격 시도가 158만건으로 전년 대비 32%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김병기 의원은 “(해킹 시도의 발신지가) 중국·러시아도 있지만 대부분이 북한”이라고 했다. 하태경 의원은 “코로나 백신 및 치료제 원천 기술 탈취 시도가 사이버 공격 중에 있었다”며 “화이자도 해킹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설 명절 경축공연 관람하는 북한 김정은
설 명절 경축공연 관람하는 북한 김정은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