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 /이태경 기자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 /이태경 기자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10일 “북한이 핵무기로 무장하고 있는 한, 한국이나 미국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추진해선 안 된다”며 “전작권 전환이 강행되면 한국은 북한에 복속될 위험이 커진다”고 했다. 2006~2008년 주한미군을 지휘한 벨 전 사령관은 이날 미국의소리(VOA)방송에 보낸 성명에서 “전작권 전환은 한국민의 역사적 실수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최근 서욱 국방부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내 재임 기간 중 전작권 전환을 위해 진전된 성과가 있어야 되겠다”고 했다. 벨 전 사령관은 “한국은 주권 국가로서 어떤 방식으로든 전작권 전환에 속도를 낼 권한과 역량을 갖는다”고 전제하면서도 “미국이 전작권 전환 결정을 검토한 뒤 성급한 결정이었다고 판단할 경우, 전쟁 발발 시 미군 파병을 심각하게 제한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어 “미군 파병을 제한하면 오랜 동맹에 균열이 커지고 한국은 북한 정권 아래 복속될 위험이 커진다”고 했다.

벨 전 사령관은 “중국의 전적인 대북 군사적 지원이 보장된 가운데 미국이 동맹 파트너 역할에 완전히 전념하지 않는다면, 북한군은 궁극적으로 전투에서 한국군을 격퇴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벨 전 사령관은 또 “한국은 전투 상황에서 미국 외에는 전투 부대를 파견해 방어를 도울 만한 유의미한 동맹이 없다”며 “미국이 없다면 한국은 북한에 홀로 맞서게 될 수 있으며, 북한은 중국과 심지어 러시아의 전적인 지원을 얻을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서욱 장관은 최근 “군 대비 태세가 확실하니까 이를 믿고 안심해도 좋다고 국민께 자신 있게 말씀드린다”며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에 대해서도 한·미 동맹 능력과 우리 독자적인 능력을 통합해서 억제하고 대응하는 능력과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했다. 벨 전 사령관은 “미국이 ‘한국을 위한 핵우산’을 제공하는 한, 전투 병력에 대한 전작권은 미국에 남아 있어야 한다”며 “전작권 전환을 완전히 연기하고, 미국과의 안보 동맹에 전념할 것을 한국에 강력히 권고한다”고 했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 2일 공개한 ’2020 국방백서'에서 “한·미는 전·평시 우발 상황에 대비하여 연합작전 계획을 발전시키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대규모 병력·장비를 동원하는 야외 기동훈련(FTX) 없이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의 지휘소 훈련(CPX)으로 실시되는 다음 달 연합훈련마저 북한의 반발로 축소·연기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연합훈련에 대해 ‘북한과 협의 가능하다'고 한 데 대해서도 미국의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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