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 청문회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한 것과 관련 미 국무부는 “북한의 불법적 핵·미사일 확산 의지가 국제 평화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했다. 정 후보자의 발언을 반박한 것으로 해석됐다.

국무부 대변인실은 5일(현지 시각) 정 후보자 발언에 대한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논평 요청에 대해 “북한의 불법적인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관련 고급 기술을 확산하려는 의지는 국제 평화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고 지구적인 비확산 체계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정 후보자는 지난 5일 국회 청문회에서 북한이 이른바 ‘모라토리엄(핵과 미사일 시험 유예)’을 존중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가 아직 있다고 본다”고 했었다.

미 전직 관료들도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는 증거는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트럼프 행정부 당시 대북 협상에 관여한 랜들 슈라이버 전 국방부 차관보는 RFA에 “김정은이 비핵화 약속을 준수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증거를 여전히 목격하지 못했다”며 “관여 정책에 앞서 일정 기간 대북 압박 정책을 새롭게 펼치는 게 지혜로울 것”이라고 했다.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군축담당 보좌관은 지난달 노동당대회에서 김정은이 핵 억제력 강화를 강조한 것을 언급하며 “그가 핵무기를 포기할 의도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는 없었다”고 했다.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부차관보도 “모라토리엄이 비핵화 의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북한은 핵 무기를 정권 유지에 필수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특사는 “한국의 대통령이 미국의 새 대통령에게 북한이 비핵화에 대해 진지하다고 설득하려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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