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원의 밀리터리 시크릿] 북 신형미사일 대책, 요격이냐 타격이냐?

2021년1월14일 열병식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북한 KN-23 개량형 미사일. 종전에 비해 탄두가 뾰족해지고 길어져 전술핵탄두 장착 가능성이 제기된다. /조선중앙통신
2021년1월14일 열병식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북한 KN-23 개량형 미사일. 종전에 비해 탄두가 뾰족해지고 길어져 전술핵탄두 장착 가능성이 제기된다. /조선중앙통신

안녕하세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8차 대회에서 전술핵개발을 공식 지시하고 지난달 북 열병식에서 전술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KN-23(북한판 이스칸데르) 개량형 미사일이 등장해 북한의 전술핵 등 신형 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책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핵탄두가 장착된 미사일이라면 단 한발이라도 우리 땅에 떨어지는 비극적인 사태는 막아야겠지요. 이를 위해 당연히 미사일 요격능력 강화 필요성이 제기되는데요, 과연 날아오는 모든 미사일을 방어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요?

◇날아오는 미사일 모두 요격 방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

일부 전문가들은 모든 미사일에 대한 요격 방어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북 미사일 이동식 발사대 등에 대한 타격능력을 강화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북 신형미사일 대응책을 요격과 타격, 어느쪽에 중점을 두는 게 좋을지에 대한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북 미사일 대책이 요격과 타격 중 어느 게 더 효과적이냐는 해묵은 논쟁꺼리 중의 하나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이에 대해 과학적으로, 논리적으로 분석한 자료는 알려진 게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국립외교원의 한 교수께서 이에 대해 흥미로운 분석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2020년10월 북한 열병식에 등장한 6연장 '초대형 방사포'. 초대형 방사포는 세계 최대인 직경 600mm급으로 KN-23미사일과 함께 대표적인 신종무기 위협으로 부상했다. /뉴시스
2020년10월 북한 열병식에 등장한 6연장 '초대형 방사포'. 초대형 방사포는 세계 최대인 직경 600mm급으로 KN-23미사일과 함께 대표적인 신종무기 위협으로 부상했다. /뉴시스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황일도 교수가 외교원 홈페이지에 공개한 ‘미사일 요격 체제의 적실성 검토를 위한 개념 연구’라는 논문이 그것인데요, 그는 44쪽 분량의 이 보고서에서 란체스터(Lanchester) 모델(방정식)을 활용해 북 미사일에 대한 요격능력을 강화했을 경우와 타격능력을 강화했을 경우의 효과에 대해 분석했습니다.

란체스터 모델은 미분방정식에 의해 전투의 피해 발생 추이를 묘사하는 대표적인 동태적 방법론으로, 상당수의 워게임이 활용하고 있는 기본 방정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 미사일 대응, 요격 강화보다 타격 강화가 효과적

황 교수는 한·미연합군 대 북한군 미사일간의 교전 상황을 상정했는데요, 우선 한·미 미사일 전력이 북한의 2배라는 것을 전제로 시뮬레이션을 해봤다고 합니다. 한·미 연합군이 북 미사일의 10%를 요격할 수 있다고 가정할 경우 북 미사일 이동식 발사대는 24회 교전 후 전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군요.

이때까지 한·미군 미사일 발사대는 13% 미만이 파괴되고, 남한에 떨어지는 북 미사일 총 수량은 미사일 발사대의 7.49배 정도였다고 합니다. 즉 북 이동식 발사대 1기가 7.49발의 미사일을 발사한 뒤 파괴된다는 얘기입니다.

올해부터 우리 군도 도입할 패트리엇 최신형인 PAC-3 MSE미사일 발사 장면. 기존 PAC-3에 비해 요격고도가 2배 가까이 높아졌지만 1발당 가격이 60여억원에 달한다./미 레이시온사
올해부터 우리 군도 도입할 패트리엇 최신형인 PAC-3 MSE미사일 발사 장면. 기존 PAC-3에 비해 요격고도가 2배 가까이 높아졌지만 1발당 가격이 60여억원에 달한다./미 레이시온사

반면 같은 돈으로 요격 미사일 대신 타격 미사일을 도입한다면 북 미사일 발사대 전멸은 21회 교전 후로 앞당겨 집니다. 이때까지 파괴되는 한·미군 미사일 발사대도 7% 미만으로 줄어들지만 남한에 낙하하는 북 미사일 총 수량은 미사일 발사대의 7.6배 정도라고 합니다. 요격능력 강화가 남한에 떨어지는 북 미사일 총량면에선 우리에게 좀 유리하지만, 북 미사일 발사대 섬멸이나 한·미 미사일 피해 측면에선 타격능력 강화가 유리하다는 얘기입니다.

한·미 연합군 대 북한군 미사일의 격차가 2배에서 1.5배로 줄어든다면 두 부문(남한에 떨어지는 북 미사일 총량, 북 미사일 발사대 섬멸시간) 모두 타격능력 증강이 요격능력 증강보다 유리한 결과가 나왔다고 합니다. 즉 북 미사일 발사대가 늘어날수록 요격무기 증강보다는 같은 돈을 타격무기 증강에 투자하는 게 우리에게 유리하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결과는 KN-23과 같은 요격회피 능력이 강화된 미사일에 적용해도 마찬가지였다고 합니다.

이 같은 결과는 향후 전술핵을 포함해 북한의 신형 미사일과 초대형 방사포 등 방사포 위협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 시사하는 바가 많습니다. 물론 북 신형미사일과 방사포를 요격하는 미사일 방어능력은 지금보다 분명히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핵무기에 대한 공포 때문에 날아오는 북 미사일을 모두 막아야한다는 강박 관념에 사로잡힐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단 한발의 미사일도 허용하지 않는 미사일 방어체계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충남 태안 국방과학연구소(ADD) 종합시험장에서 시험발사되고 있는 사거리 800㎞의 현무2C 미사일.  현무2 미사일은 우리 군의 대표적인 북 미사일 타격수단 중 하나다. /국방부
충남 태안 국방과학연구소(ADD) 종합시험장에서 시험발사되고 있는 사거리 800㎞의 현무2C 미사일. 현무2 미사일은 우리 군의 대표적인 북 미사일 타격수단 중 하나다. /국방부

◇주먹구구식 요격, 타격 전력 증강 땐 수조원 국방비 낭비 우려

황 교수도 논문에서 “미사일 경쟁이 계속될수록 어떻게든 날아오는 미사일 모두를 막을 방법은 없고, 그 숫자를 최소화하는 것만이 목표일 수밖에 없다”며 “북 미사일 전력이 강화될수록 요격보다는 타격자산 강화가 이 숫자(날아오는 북 미사일) 총량을 줄이는 데 유리할 수 있음을 위 결과들이 시사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물론 황 교수가 군 기밀정보를 갖고 분석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현실과 괴리가 있는 등 일부 오류가 있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개념적으로 거론돼왔던 사안에 대해 처음으로 계량화된 분석을 시도했다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적지 않을 것입니다.

특히 군 당국이 아닌 외교부 산하 기관에서 이런 분석이 사실상 처음으로 나왔다는 데 대해 군 관련부서는 각성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군사분야에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왔던 황교수는 개인적인 차원에서 이번 연구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군 당국은 지금이라도 국방연구원 등 씽크탱크를 적극 활용해 이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심층 검토해야 할 것입니다.

주먹구구식으로 북 미사일 요격 및 타격 분야에 대한 전력증강을 진행한다면 수조원 이상의 국방예산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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