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제비 출신 장애인 지성호가 남한에서 국회의원이 돼 당당하게 의정 활동을 하는 모습을 북한의 평범한 사람들이 많이 알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지난달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국민의힘 지성호(39) 의원은 “제가 국회의원이 된 것 자체가 북한 정권에 승리한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자신을 ‘거지 출신’이라고 덤덤하게 지칭하면서도 “그러나 저는 탈북민의 국회의원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회의원”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고운호 기자
/고운호 기자

북한에서 구걸로 생계를 이어가다가 “배가 고파서” 2006년 탈북했다. 북한 인권 단체 나우(NAUH) 대표를 지냈고, 21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지 의원은 “계획했던 것을 100% 이루지는 못했어도 근접한 성과를 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발의한 ‘북한이탈주민 보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때를 가장 벅찬 순간으로 꼽았다.

작년 12월엔 미국 국무부 초청으로 워싱턴을 방문했다. 여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대북전단금지법’의 문제점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적은 예산으로 어떻게 미국행(行) 비행기 표는 구했는데, 온몸이 너무 아파 비즈니스석으로 업그레이드를 하고 싶었다. 그는 북한에서 사고로 왼쪽 팔과 다리를 잃었다. “나중에 결혼하게 되면 아내에게 비즈니스석을 태워주려고 10년 넘게 모은 마일리지가 있었거든요. 근데 어찌합니까, 당장 제가 죽겠는데. 마음속으로 ‘아이고 어느 분이신지 모르지만 진짜로 미안합니다’ 사죄하면서 제 자리를 업그레이드 했죠. 하하.” 그는 “정치 후원금이 없어서 이렇게 근근이 버틴다”며 ‘웃픈’ 사연을 소개했다.

주변에선 ‘평양냉면은 평양이 맛있느냐, 서울이 맛있느냐’고 자주 묻는다. “아니, 거지가 평양을 어떻게 가요? 저는 서울에 와서 처음 평양냉면을 먹어봤어요. 맛있던데요?” 그가 꼽은 평양냉면 맛집은 ‘필동면옥’이다.

지 의원은 “장기적으로 사회 통합을 이루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했다. “통일 이후 한반도를 위해선 우리 안에서의 통합부터 이뤄야 합니다.” 보좌진 10명 중 3명을 탈북민 출신으로 뽑았다. 국회에서부터 남북 청년이 소통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유튜브를 간간히 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이건 뭐 조선중앙TV 뉴스보다도 재미없다’고 놀리더라고요.” 그래도 당장 구독자 수를 늘리기보다는 북한 주민들에게 정확한 현실을 전달하는 데 방점을 찍기로 했다. 그는 “북한의 특권 계층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에게 ‘민주주의의 희망’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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