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사진을 보여드린다. 여러분 이미 보신 적이 있을 것이다. 미국 항공우주국 NASA에서 공개했던 사진인데, 한반도의 남북한 밤풍경을 비교한 사진이다. 지금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대한민국은 밤이 되면 더 빛나는 곳인데 반해 북한은 밤이면 사라지는 지역이다. 그만큼 북한은 전력 사정이 좋지 않다. 식량사정도 급하고 위생 인프라도 절박하겠지만, 전기전력을 비롯한 에너지 문제는 그보다 몇 곱절 화급한 문제다.

한국은 지난 주말부터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원자력 발전소를 지어주려 했다는 의혹, 다시 말해 ‘원전 게이트’로 화끈하게 달아오르고 있다. 오늘 아침 조선일보는 산업통상자원부 원전 담당 공무원들이 남북정상회담 직후인 2018년5월 작성한 ‘북한 원전건설 추진’ 문건의 내용을 공개했다. 이 문건에는 청와대나 여권의 주장과는 달리 북한에 원전 또는 전력을 지원하는 3가지 방안이 담겨 있었다는 것이다.

2019년12월 산업부 공무원이 불법으로 삭제한 북한 원전 관련 문건은 모두 17개가 있는데, 그중 ’180514_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 방안'이란 문건을 조선일보가 단독으로 보도했다. 문건에 붙어 있는 ’180514′란 숫자는 여러분 짐작하시는 것처럼 2018년5월14일에 작성된 문건이란 뜻이다. 여기에는 제1안으로는 북한 함경남도 신포에 경수로 원전을 다시 지어주는 방안, 제2안은 비무장지대에 원전을 건설하는 방안, 제3안은 경북 울주에 있는 신한울 3·4호기를 완공해서 북한에 송전하는 방안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

아마 시청자 여러분께서는 너무 충격적이고, 또 치가 떨릴 만큼 분노가 솟구치는 분도 계실 것이다. 왜냐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6월 고리 원전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서 “원전이 안전하지도 않고 저렴하지도 않으며 친환경적이지도 않다”면서 “탈핵 시대로 가겠다”고 했던 발언이 너무도 생생하게 기억나기 때문일 것이다. 아울러 산업부 공무원이 이런 문건을 작성하던 시기는, 그러니까 2018년5월14일은 1차 남북정상회담이 있던 4월27일, 그리고 2차 남북정상회담이 있던 5월26일 사이에 있는 날짜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문 대통령이 1차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난 뒤에 다음 만남을 준비하는 시기에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셋째로 당시는 산업부가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가 나오기도 전에 가동 중단 방침을 정하고 밀어붙이던 때이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욱 국민적 분노를 일으키는 이유는 이러한 문건이 만들어진 시기가 북한이 여섯 번에 걸친 핵실험을 마친 이듬해라는 점 때문이다. 북한은 2006년10월부터 2017년9월까지 10여 년 동안 모두 6차에 걸친 핵실험을 했고 핵무기 개발을 위한 실험적 토대를 완성한 단계에 이르러 있었는데, 문재인 정부에서는 그로부터 8개월 뒤에 북한에 원자력 발전소를 지어줄 문건이 작성되고 있었다니 국민들은 그저 놀랍고 어안이 벙벙할 따름인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입장문을 냈다. 이렇게 돼 있다. “해당 보고서는 에너지 분야 협력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한 내부 자료이다.” 그러나 산업부의 사정을 잘 아는 관련 인사들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원전과 같은 전략물자 이전 문제를 산업부의 국장급 이하 공무원 3명이 검토했다는 것은 난센스다. 청와대 지시 없이는 하기 어려운 작업이다.” 조선일보 사설은 “원전이 무슨 동네 변전소라도 된다는 것이냐”고 질타했다. 자, 여러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산업부 공무원이 자발적으로 만들었다가 보류한 아이디어 문건이었다고 보십니까, 아니면 청와대가 지시하고 그에 따라 세부 계획을 작성했던 문건이라고 보십니까.

국민의힘 김종인 위원장은 지난1월29일 이렇게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대한민국 원전을 폐쇄하고 북한에 극비리에 원전을 지어주려 했다. 원전 게이트를 넘어 정권의 운명을 흔들 수 있는 충격적인 이적행위다.” 아마 이런 지적 중에 ‘이적행위’라는 말이 문재인 정권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는 비판이었던 것 같다. 민주당 신영대 대변인은 논평을 냈다. “색깔론과 북풍 공작 정치를 국민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이어 어제 문재인 대통령은 조금 더 격앙된 반응이 나왔는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아무리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있다고 하지만 이런 식의 정치 공세는 이해할 수가 없다. 모든 방법을 동원해 강력 대응하라.”

자, 국민들 입장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충격적인 ‘이적행위’인지, 아니면 정말 아무런 근거 없는 야당의 ‘북풍공작’인지 이번에야 말로 확실하게 시시비비를 가렸으면 한다. 제발 끝을 보기 바란다. 중간에 정치적 타협을 해서 흐지부지 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당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있었던 3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교류 협력 사업 어디서도 북한의 원전 건설을 추진한 적이 없다.” 또 청와대 수석을 지낸 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원전 1기 건설비용이 5조라는데 야당의 동의 없이 5조를 어떻게 마련해 몰래 건네줄 수 있나요.” 그러나 야권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북한 원전 건설 검토를 ‘원전 게이트’로 규정하고 “대통령이 답변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국정조사와 특검 실시까지 요구하는 한편 당 차원에서 진상조사 특별위원회를 꾸리기로 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나경원 전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탈원전, 북한 앞에서는 ‘원전 상납’ 아니었는지 국민이 묻고 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이렇게 말했다. “문 대통령은 무엇을 숨기나. 무엇이 두려운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북에 원전을 적법 절차 없이 지어주려 했다면 그것은 이적 행위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김종인 위원장의 원전 관련 ‘문재인 정권 이적행위’ 발언은 토씨 하나 틀린 말이 없는데 청와대가 법적 조치 운운하는 것은 참으로 경악할 만하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지금까지 전개되고 있는 논란 중에 몇 가지 팩트로 확인된 부분만 정리해서 말씀 드린다. 첫째 산업부 공무원이 2019년12월1일 감사원 감사를 앞두고 한밤중에 삭제한 파일은 모두 530개다. 이중에 북한 원전과 관련된 파일은 17개다. 여러 사람이 모여 있는데 경찰관이 “저놈 잡아라” 했을 때 그때 도망치는 놈이 도둑이다. 그래서 ‘도둑이 제발 저린다’고 했다. 그렇게 떳떳한 단순 아이디어였다면 산업부 공무원은 왜 그것을 삭제하려고 했겠는가. 왜 그런 파일들을 핀란드어로 북쪽을 뜻하는 ‘포흐요이스(pohjois)’라는 말로 아무도 모르게 폴더 상자를 꾸몄는가. 또 ‘북원추’라는 축약 암호 같은 폴더 이름을 만들었나. 심지어 당시 백운규 산업부 장관과 측근들은 청와대에 보낼 구명 요청 편지까지 썼다고 한다.

둘째로 확인된 팩트는 2018년4월27일 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 때 컴퓨터 외부 저장장치인 USB를 건넨 것은 맞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USB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가 하는 점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USB를 건넨 것은 맞다, 그러나 원전 관련 내용은 없다.” 다만 신재생 관련 발전소 건설 및 북한의 화력발전소 개선 같은 발전소 내용이 담긴 것은 맞다고 한다. 문재인·김정은 두 정상이 도보다리에서 44분 동안 비공개 회담을 할 때 문 대통령 입술 모양을 분석한 결과 “발전소 문제…”라고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 오늘의 결론이 이렇다. 국민적 의혹이 커지고 있는 이런 사안에 대해 문 대통령은 뒤로 숨으면 안 된다. 여권의 친문 핵심 인사들이 대신 나서고, 청와대 관계자가 대신 발언하는 것으로는 감춰질 수 없다. 나경원 전 의원 말처럼 정말 북한 김정은에 대한 ‘원전 상납’이 아니었는지 대통령 본인이 밝혀야할 때다. 그는 국내에서는 원전이 위험하다면서 탈원전을 외치고, 체코에 가서는 한국 원전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했다. 월성 1호기를 폐쇄한다더니 아무리 해도 위험성을 조작할 수 없자 나중에는 경제성을 조작했다. 그렇게 국민 세금 7000억원을 한꺼번에 날렸다. 월성1호기가 생산할 전기까지 합치면 손실액이 1조원을 넘는다.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춘 원전 산업이 붕괴되고 있다. 이 손실은 측량조차 불가능하다.

이번 사태로 청와대는 야당 주장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벼르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잘못되어서 대응하겠다는 것인지 밝히지 못하고 있다. 조선일보 사설은 이렇게 통탄했다. “그래놓고 북한에 원전을 지어준다니 이 정신 분열적 행태를 어떻게 봐야 하나.” “정상회담 쇼를 위해 적을 도운 것 아닌가. 검찰은 명운을 걸고 이 국가 자해행위에 대해 수사해야 한다.” 조선일보는 ‘국가 자해행위’라고 규정했습니다. 정말 어떻게 해야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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