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3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대북 원전 의혹 긴급대책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3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대북 원전 의혹 긴급대책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과 야권은 31일에도 정부의 북한 원전 건설 검토 계획을 놓고 충돌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9일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이적 행위”라고 한 데 대해 격노하며 “아무리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있다고 하지만 이런 식의 정치 공세는 이해할 수가 없다. 모든 방법을 동원해 강력 대응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은 산업부 공무원이 삭제한 파일 530개 중에 북한 원전 검토 파일이 포함돼 있는 것에 대해 “해당 공무원 개인의 아이디어일 뿐, 청와대나 책임 있는 관료 등이 논의한 게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또한 문 대통령이 2018년 4월 2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 때 발전소 내용이 담긴 USB를 건넨 것은 맞지만 그 안에 원전 관련 내용은 없다고도 하고 있다.

당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으로 남북 정상회담에 핵심적 역할을 했던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있었던 3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교류 협력 사업 어디서도 북한의 원전 건설을 추진한 적이 없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시 USB에 담긴 문서 내용을 주말 새 다시 열람했지만 원전의 ‘ㅇ' 자도 없다”며 “해당 문서를 공개할지에 대해서도 검토했지만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과 같은 국가 기밀 문서라 하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USB 자료에는 신재생 관련 발전소 건설 및 북한의 화력 발전소 개선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은 북한 원전 건설이 박근혜 정부 때부터 추진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민주당 신영대 대변인은 논평에서 “북한 원전 구상은 2010년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천영우 외교통상부 2차관이 처음 언급했고, 2014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통일은 대박’이라는 한마디에 정부 공공 기관들이 앞다퉈 아이디어로 내놨다”며 “색깔론과 북풍 공작 정치를 국민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수석을 지낸 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원전 1기 건설 비용이 5조라는데 야당의 동의 없이 5조를 어떻게 마련해 몰래 건네줄 수 있나요”라고도 했다.

야권은 현 정부의 북한 원전 건설 검토를 ‘원전 게이트’로 규정하고 “대통령이 답하라”고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실시를 요구하는 한편 당 차원에서 진상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31일 국회에서 ‘대북 원전 의혹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실체적 진실을 밝히라는 제1 야당 요구에 청와대는 비정상적, 비상식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면서 “경천동지할 만한 중대 사안이다. 북한 원전 건설이 누구 지시에 따라 추진된 건지, 극비리에 추진한 사유가 무엇인지 밝히라”고 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나경원 전 의원은 “우리나라에선 탈원전, 북한 앞에선 ‘원전 상납’ 아니었는지 국민이 묻고 있다”고 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문 대통령은 무엇을 숨기나, 무엇이 두려운가”라고 했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북에 원전을 적법 절차 없이 지어주려 했다면 그것은 이적 행위”라고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해당 보고서는 에너지 분야 협력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한 내부 자료”라며 정부 공식 자료는 아니라고 했다. 산업부 신희동 대변인은 그러나 해당 문건이 박근혜 정부부터 나온 것이라는 여당 주장에는 “박근혜 정부부터 검토하거나 만들어진 자료는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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