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올해 3월 예정된 한미연합훈련 관련 “필요하면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고 밝힌 가운데, 외교부 차관을 지낸 국민의힘 조태용 의원이 “대한민국 대통령이 맞냐”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조태용 의원
국민의힘 조태용 의원

조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안보 분야에 있어서 현실 인식에 심각한 괴리가 있고, 여전히 헛된 기대와 희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 문제 관련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인사들의 이른바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를 꼬집은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한미 연합훈련도 크게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이라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틀 안에서 논의될 수 있는 문제”라고 했다. 한반도 상황과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에 대한 북한의 호응 여부에 따라 훈련 재개를 협의할 수 있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한 것이다. 그러면서 “한미 연합 훈련은 방어적 목적의 훈련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해서 말씀드린다”고 했다.

조 의원은 이에 대해 “김정은은 8차 당대회에서 핵보유국 북한을 대내외에 천명하고 무력 통일 의지를 밝혔다”며 “그럼에도 문재인 정권은 경고는 커녕 묵묵부답이다”라고 했다. 이어 “장장 9시간 동안 이어졌다는 노동당 대회 보고에서 김정은은 비핵화의 ‘비’자도 꺼낸 적이 없는데 대체 어떤 모습을 보고 북한에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대변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북한은 최근 폐막한 당 대회와 열병식에서 ‘게임 체인저’라 불리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외에도 대남용으로 평가되는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개량형, 4·5·6연장 초대형 방사포, 북한판 에이테킴스라 불리는 전술지대지미사일 등을 대거 공개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현 미사일 방어체계로는 방어가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13일 8차 당대회를 마무리하며 군사력 강화에 대한 의지를 다시 드러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13일 8차 당대회를 마무리하며 군사력 강화에 대한 의지를 다시 드러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조 의원은 “북한이 대한민국을 목표로 하는 전술핵무기 개발을 언급하며 우리 안보를 도발하고 있고 이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 한미연합훈련”이라며 “대통령 스스로가 ‘연례적이고 방어적 목적’이라고 강조하지 않았냐. 근데 훈련 실시 여부를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니 가히 충격적”이라고 했다.

조 의원은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다면 국민들께 소상히 밝히기 바란다”며 “그렇지 않다면 뮌헨에서 히틀러를 만나고 ‘평화를 약속 받았다’고 감격한 체임벌린(영국 수상)과 함께 세계사의 조롱거리로 남을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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