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담화에서 ‘당대회 기념 열병식을 정밀추적했다'는 남측을 향해 “특등 머저리들”이라고 맹비난했다. 김여정의 당 직책은 종전 당 제1부부장에서 부부장으로 강등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여정은 12일 담화에서 “남조선 합동참모본부가 지난 10일 심야에 북이 열병식을 개최한 정황을 포착했다느니, 정밀추적중이라느니 하는 희떠운 소리를 내뱉은 것”은 “남조선 당국이 품고 있는 동족에 대한 적의적 시각에 대한 숨김없는 표현이라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3일 전했다.

김여정은 “남의 집 경축행사에 대해 군사기관이 나서서 ‘정황포착’이니, ‘정밀추적’이니 하는 표현을 써가며 적대적 경각심을 표출하는 것은 유독 남조선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렇게도 할 일이 없어 남의 집 경축행사를 ‘정밀추적’하려 군사기관을 내세우는가”라고 했다.

김여정은 또 “우리가 수도에서 그 누구를 겨냥해 군사연습을 한 것도 아니고 그 무엇을 날려 보내려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목을 길게 빼들고 남의 집안동정을 살피느라 노고하는가”라며 “하여튼 그 동네사람들은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기괴한 족속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세상사람 웃길 짓만 골라하는데 세계적으로 처신머리 골라할 줄 모르는 데서는 둘째로 가라면 섭섭해 할 특등 머저리들”이라고 했다.

김여정은 “아마도 평양의 경축행사에 남보다 관심이 높다든가 그 또한 아니라면 우리의 열병식 행사마저도 두려워 떨리는 모양”이라며 “언제인가도 내가 말했지만 이런 것들도 꼭 후에는 계산이 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이 북한 노동당 총비서로 추대된 지난 10일 당대회에서 김여정은 주선단 2번째 줄에 참석해 있다. /조선중앙TV
김정은이 북한 노동당 총비서로 추대된 지난 10일 당대회에서 김여정은 주선단 2번째 줄에 참석해 있다. /조선중앙TV

김여정은 이번 담화를 ‘당중앙위원회 부부장’ 명의로 발표했다. 김여정이 이번 당 대회에서 정치적 위상이 크게 높아질 것이란 예측과 달리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탈락한 데 이어 당 직책도 제1부부장에서 부부장으로 강등된 것이다.

그러나 김여정이 개인 명의로 대남 비난 담화를 발표한 것을 보면 정치적 위상이나 대남 업무 등의 역할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김여정(위 사진 하얀 원)이 당 제1부부장에서 부부장으로 강등된 이후 12일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서 넷째줄 왼쪽 끝에 위치했다. 아래 사진은 김여정이 지난 1일 참배에서 김정은의 바로 뒷줄에 서 있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여정(위 사진 하얀 원)이 당 제1부부장에서 부부장으로 강등된 이후 12일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서 넷째줄 왼쪽 끝에 위치했다. 아래 사진은 김여정이 지난 1일 참배에서 김정은의 바로 뒷줄에 서 있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여정의 이번 담화는 올해 들어 처음이다. 김여정은 작년 3월 본인 명의의 첫 담화에서 청와대를 향해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 “겁먹은 개가 더 요란하게 짖는다고 했다. 딱 누구처럼…”이라고 했었다.

이후 6월엔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명분으로 “배신자들과 쓰레기들의 죄행을 절대로 용납해서는 안 된다” “쓰레기는 오물통에 가져다 버려야 한다” 등 비난 수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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