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가 12일 북한과 비대면으로 회담할 영상 회의실을 짓겠다며 긴급 입찰 공고를 냈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북한과) 비대면 방식으로도 대화할 수 있다”고 밝힌 지 하루 만이다. 입찰 공고는 계약일부터 60일 이내에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 대회의실에 영상 카메라 6대와 98인치 모니터 4대, 동시 통역 시스템 등을 갖춘 4억원짜리 영상 회의실을 만든다는 내용이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4일 온라인 화상회의를 통해 열린 2021년 시무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통일부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4일 온라인 화상회의를 통해 열린 2021년 시무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통일부

긴급 입찰 이유에 대해 통일부는 “코로나로 남북 간 접촉·협의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향후 비대면 방식으로 영상 회담을 긴급히 추진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통일부 주변에선 “전날 문 대통령의 비대면 남북 대화 제안과 무관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통일부 당국자는 “그런 오해 소지가 있지만 영상 회의실 마련은 올해 예산에 이미 반영돼 있었다”고 했다.

우리 측 준비만으로 남북 영상 회담을 위한 기술적 문제가 모두 해소되는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통일부는 “남북 간엔 영상 데이터 전송이 가능한 광케이블이 연결돼 있어 남북 간 합의만 이뤄지면 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북측도 우리와 비슷한 수준의 영상 회담 시설을 갖춰야 비대면 회담이 가능할 것이란 지적이 많다.

전직 통일부 관리는 “대통령 말 한마디에 전시성 행정을 하지 말고 북한의 거부로 막힌 이산가족 화상 상봉 문제부터 해결하라”고 했다. 정부는 2018년 평양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이산가족 화상 상봉을 위해 국내 화상 상봉장 13곳을 개·보수하고, 북측에 캠코더·모니터 등 장비 전달을 위해 미국 측과 제재 면제 절차도 밟았다. 하지만 북측은 이 문제를 협의할 적십자 회담에 응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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