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최영애)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북한의 요구를 유엔의 권고로 둔갑시켜 ‘북한인권법’ 폐지를 향후 과제에 포함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5일 웹사이트에 게재한 인권증진행동전략(2021~2025) 보고서에서 2017년 심의된 유엔인권이사회 UPR(보편적 정례인권검토) ‘주요 권고 향후 과제’ 중 하나로 ‘북한인권법 폐지’를 꼽았다.
문제의 보고서는 한국 정부가 북한인권법을 폐지하라는 유엔의 권고에도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며 북한인권법 폐지를 ‘향후 과제’로 명시했다. 보고서는 또 “국제인권규범의 국내 이행을 위한 (국가인권)위원회의 역할도 중요해지고 있다”며 “국제 사회의 기준에 부합하는 인권국가로서 자리매김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북한인권법 폐지를 요구한 국제사회의 인권규범 이행을 위해 국가인권위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하지만 인권위의 설명과 달리 2017년 한국에 대한 UPR에서 북한인권법 폐지를 요구한 국가는 북한뿐이었다. 당시 심의에 유엔 회원국 99개국이 참여한 가운데 95개국이 218개의 권고를 내놓았다. 이 중 북한만 북한인권법이 ‘반(反)인권적’이라며 폐지를 권고했다. 미국·독일 등 일부 국가가 국가보안법에 대해 개정이나 재검토를 권고하긴 했지만 북한인권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인권위는 북한인권법에 대한 북한의 반발을 유엔 차원 권고인 양 사실을 호도한 것이다.
인권위는 문제의 보고서에서 “북한 인권 개선 활동이 북한 주민 인권의 보호·증진 목적이 아닌 북한정권에 대한 공격으로 활용될 우려도 제기된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전직 고위 외교관은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 증진을 사명으로 하는 국가 기구가 북한인권 운동을 북한 정권에 대한 유·불리 문제로 바라본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