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외무부는 최근 우리 정부에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 시행 의도를 문의하면서 “인권 증진은 체코 외교 정책의 중요한 우선순위”라고 했다. 유럽연합(EU) 27회원국 가운데 유독 체코가 문제를 제기한 배경과 관련해 외교 소식통은 4일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단서가 전단금지법을 옹호하느라 통일부가 작성·배포한 자료에 들어있다”고 했다.

2016년 4월 29일 경기도 파주 임진각 인근에서 탈북자 단체 회원들이 대북전단을 날리고 있다./김지호 기자
2016년 4월 29일 경기도 파주 임진각 인근에서 탈북자 단체 회원들이 대북전단을 날리고 있다./김지호 기자

통일부는 앞서 지난달 14일 전단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 14쪽 분량의 ‘법률 개정 설명 자료’를 내외신 기자단과 주한 외교 공관 50여 곳에 배포했다. 이 자료는 ‘김여정 하명법’ 주장을 반박하는 대목에서 ‘냉전 시기 풍선 전단 국제 분쟁 사례’로 체코슬로바키아를 거론했다. 서방의 풍선 전단에 발끈한 체코슬로바키아가 1956년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문제를 제기하자 ICAO 이사회가 “풍선 비행은 항공 안전에 결정적 위협이 된다. 회원국들은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결의안을 채택했다는 내용이다.

이 자료를 받은 외교 공관 50여 곳 중에는 주한 체코 대사관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통은 “체코로선 자국 사례를 전단법 옹호의 근거로 썼다는 것을 인지한 이상 한국 측에 그 의도를 물어야 했을 것”이라며 “공산 정권 시절의 부끄러운 기억이 떠오른 데 대해 당혹감을 느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전직 외교부 관리는 “내부 자료라면 제3국 사례도 참고용으로 담을 수 있지만 외부로 나가는, 특히 당사국에도 전달하는 문건이라면 얘기가 다르다”며 “표현의 자유 제약, 북한 인권 운동 위축 논란이 큰 법을 정당화하려고 60년도 더 지난 사례를 인용하면서 당사국 처지를 확인하지 않았다면 이는 외교적 결례”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 당국자는 “관련 동향을 주시할 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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