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12월 국회에서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필리버스터 종결 찬반 투표를 앞두고 있다. /뉴시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12월 국회에서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필리버스터 종결 찬반 투표를 앞두고 있다. /뉴시스

통일부가 유럽의 안보 전문가들에게 대북전단금지법을 옹호하는 이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금지법이 북 인권을 무시하거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내용이 아니다’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메일을 받은 유럽 전문가는 본지에 “언론 및 표현의 자유를 일방적으로 제한하는 법”이라며 “한국 정부가 (국제 사회) 비판을 피하려고 매우 빨리 (유럽) 전문가들에게 연락한 방식이 재미있다”고 했다. 북 주민에게 진실을 알리면 감옥에 보낸다는 악법의 실체를 감추려는 문 정권의 변명에 속아 넘어갈 민주 국가나 전문가는 없을 것이다.

옛 공산권이던 체코 정부는 “전단금지법의 동기에 대해 (‘한국 정부에) 질문했다”고 했다. 전단금지법에 대한 국제사회 비판이 미·영 등 자유민주 진영뿐 아니라 옛 공산권에서까지 나온 것이다. ‘일부 인권 단체의 의례적 비판’이라는 정부 주장은 명백한 거짓말이다.

특히 미 의회의 초당적 기구인 ‘랜토스 인권위원회’가 이달 중 전단 관련 청문회 개최를 예고한 건 보통 일이 아니다. 이 위원회의 최근 청문 대상국은 중국, 아이티, 나이지리아 등이다. ‘한국 청문회’가 열리는 것 자체로 ‘인권, 표현의 자유 침해국’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 우리 외교 당국은 미 의회와 바이든 당선인 측에 ‘접경지 주민의 안전’ 등 논리를 설명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15년간 대북 전단으로 다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을 미국도 모를 리 없다.

북한에 억류됐다 사망한 미 대학생 웜비어의 부친이 최근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이) 탈북민들을 희생양 삼아 김정은 남매에게 굽실거리고 있다”고 했다. 실제 김여정이 탈북민을 “쓰레기”라 부르며 “법이라도 만들라”고 요구한 지 4시간여 만에 통일부는 “준비 중”이라고 발표했다. 외교부는 장관의 CNN 인터뷰 중 북한 태도를 비판한 앵커 발언을 금지법에 동조한 것처럼 오역했다. 통일부는 전단 규제를 비판한 미 전문가 발언 취지를 왜곡했다가 당사자에게 항의를 받기도 했다. 이러니 웜비어 부친이 한국 정권은 “김정은 꼭두각시”라는 말까지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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