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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김정일에 당대표증...김정은, 왜 그들을 다시 불러냈나
김명성 기자  |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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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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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16일 조선중앙TV가 공개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함께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오르는 사진./연합뉴스2019년 10월 16일 조선중앙TV가 공개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함께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오르는 사진./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악의 경제난으로 인한 주민 불만이 ‘정치적 위기’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혈통과 선대의 정치적 권위를 적극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배신자로 처형된 장성택의 부인 김경희의 등장에 이어 사망한 김일성·김정일에 ‘당대표증’을 수여하는 등 선대의 권위를 이용해 자신의 부족한 정통성 강화에 나선 것이란 관측이다.

2010년 후계자 시절 김일성의 모습으로 등장해 2011년 12월 김정일 사망 이후 집권한 김정은은 집권 초기 김일성,김정일의 후광에 기댄 유훈통치를 시작했다. 이후 집권 4년차부터 김일성,김정일의 뱃지를 달지 않고, 신년사에서 김일성을 언급하지 않는 등 선대의 후광에서 벗어나 홀로서기에 들어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설 당일인 2020년 1월25일 삼지연극장에서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명절 기념공연을 관람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6일 보도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여동생이자 처형된 장성택의 부인이었던 김경희 전 노동당 비서(파란색 원)가 2013년 9월 9일 이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등장했다./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설 당일인 2020년 1월25일 삼지연극장에서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명절 기념공연을 관람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6일 보도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여동생이자 처형된 장성택의 부인이었던 김경희 전 노동당 비서(파란색 원)가 2013년 9월 9일 이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등장했다./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그러나 선대의 권위를 이용한 김정은의 정치행위는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 다시 강조됐다. 김정은은 지난 2019년 10월과 12월 부인 리설주와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등 당·정·군 간부들과 함께 ‘백두산 백마’ 등정을 통해 제재로 인한 민심의 동요를 ‘빨치산 정신’으로 극복할 것을 강조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1년 신년 첫날 노동당 제8차 대회 대표자들과 함께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1년 신년 첫날 노동당 제8차 대회 대표자들과 함께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연합뉴스

당시 북한 매체들은 리설주가 김정은의 어깨에 손을 얹은 채 개울을 건너는 사진과 함께 김정은이 리설주, 현송월, 박정천 등 고위 간부들과 모닥불을 피우며 손을 쬐는 사진을 공개하며 ‘김일성 향수’를 자극했다.

‘대미(對美)정면돌파전’노선을 제시한 당 전원회의 이후 열린 지난해 1월 설맞이 기념공연엔 김정은의 고모이자 처형된 장성택 전 당 행정부장의 부인인 김경희 전 노동당 비서가 6년만에 등장했다. 하노이 노딜 이후 김정은의 권위가 흔들리는 가운데 김씨 일가의 어른인 김경희를 등장시켜 ‘백두혈통’의 단합을 과시한 것이다.

앞서 김정은은 2019년 김정일의 이복동생으로 40년간 해외를 떠돌던 김평일 전 주체코 대사를 불러들이기도 했다. 2017년 2월 이복형인 김정남 암살 이후 잠재적 도전세력인 김씨왕조의 혈통이 해외에서 정치적으로 주목 받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지난해 북한은 자력갱생 전략인 ‘정면돌파전’을 강조했지만 누적된 대북제재와 코로나로 인한 국경 봉쇄 및 무역 중단, 태풍과 수해까지 발생하면서 김정은이 지난해 8월 당 정치국회의에서 ‘경제발전 5개년 전략’의 실패를 자인하고 10월 노동당 75주년 기념열병식에선 ‘눈물쇼’를 보일 정도로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김정은의 분신인 김여정이 국정 전반에 이어 ‘위임통치’를 한다는 국정원의 발표까지 나올 정도다.

 

위기상황에서 선대의 권위는 최근 들어 부쩍 부각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북한 노동신문은 노동당8차대회 대표자들에게 대표증을 수여하는 행사에서 고인(故人)인 김일성·김정일 부자에게 당대회 대표증을 수여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귀신에게도 문호를 연 초유의 당대회로 기록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김정은은 올해 새해 첫날 신년사 대신 ‘친필 서한’을 보냈다. 김정은이 신년사를 거른 것은 작년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과거 북한 최고지도자가 2년 연속 신년사를 건너 띈 것은 68년 만이다. 김일성은 6·25전쟁 시기인 1952~1953년 신년사 대신 축하문을 냈다. 1994년 김일성 사후 ‘최악의 위기’ 상황에 직면한 김정일은 1995년부터 3대신문인 ‘노동신문’ ‘청년전위’ ‘조선인민군’ 공동사설로 신년사를 대체했다.

김정은은 공동 사설을 게재한 집권 첫해(2012년)를 제외하고 2013~2019년 육성 신년사를 해오다가 작년과 올해는 생략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이달 초순 노동당 8차 대회에서 하게 될 사업총화 보고가 실질적 신년사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한다. 김정은은 친필 서한에서 “어려운 세월 속에서도 변함없이 우리 당을 믿고 언제나 지지해주신 마음들에 감사를 드린다”고 했다. 이어 “위대한 인민을 받드는 ‘충심' 일편단심 변함없을 것을 다시금 맹세하면서. 김정은 2021.1.1”이라고 끝맺었다. ‘인민들의 고난’을 언급하며 울먹인 작년 10월 10일 노동당 창당 75주년 열병식 연설을 연상시키는 내용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제난이 지속되면 엘리트와 주민들 속에서 김정은의 노선에 대한 거부감이 생기고 불만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며 “김정은이 본인의 정치적 권위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선대의 정치적 권위와 혈통에 더 기대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편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일 ’2021년의 첫 아침' 제하 정론에서 “노동당 제8차 대회와 더불어 더욱 힘있게 비약할 조국의 내일을 가슴 뿌듯이 안아본다”며 “더 좋은 내일이 우리에게 마중 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위급 탈북민 A씨는 “북한이 노동당 8차대회에서 새로운 경제노선을 제시하겠지만 자력갱생 노선을 크게 벗어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코로나 상황이 종료되고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 진영이 출범하는 시점까지 최대한 버티기 전략을 유지하면서 숨통을 트기 위해 대남 유화 정책을 펼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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