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해 첫날 신년사 대신 ‘전체 인민들에게 보내는 친필 서한’을 노동신문 1면에 게재했다. 김정은이 신년사를 거른 것은 작년에 이어 두 번째다. 북한 최고 지도자가 신년사를 2년 연속 건너뛴 것은 6·25전쟁 시기인 1952~1953년 이후 68년 만이다. 당시 김일성은 신년사 대신 ‘축하문’을 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필 서한을 1면에 게재한 2021년 1월1일자 노동신문 1면. /노동신문·뉴스1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필 서한을 1면에 게재한 2021년 1월1일자 노동신문 1면. /노동신문·뉴스1

김정은은 1일 320여자 분량 서한에서 “새해에도 우리 인민의 이상과 염원이 꽃필 새로운 시대를 앞당기기 위하여 힘차게 싸울 것”이라며 “어려운 세월 속에서도 변함없이 우리 당을 믿고 언제나 지지해주신 마음들에 감사를 드린다”고 했다. 이어 “위대한 인민을 받드는 충심 일편단심 변함없을 것을 다시금 맹세하면서. 김정은 2021.1.1”이라고 끝맺었다. ‘인민들의 고난’을 언급하며 울먹인 작년 10월 10일 노동당 창당 75주년 열병식 연설을 연상시키는 내용이다.

북한 최고 지도자의 신년사는 지난 한 해를 결산하고 새해 국정 목표를 구체적으로 밝히는 장문(1만자 이상)의 문건 또는 연설로, 통치의 중요한 수단이다. 김일성은 육성 신년사를 선호했고, 김정일은 노동신문 등 3대 기관지에 ‘공동 사설’을 싣는 방식을 택했다. 김정은은 공동 사설을 게재한 집권 첫해(2012년)를 제외하고 2013~2019년 육성 신년사를 해오다가 작년과 올해는 생략했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이달 초순 노동당 8차 대회에서 하게 될 사업총화 보고가 실질적 신년사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한다. 김정은의 당중앙위 전원회의 보고가 신년사를 대체한 작년의 사례를 따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다만 1월 1일에 맞춰 발표돼 신년사 취지를 살린 작년 전원회의 보고와 달리 8차 당대회는 아직 개최일이 공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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