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1일 제11회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ALC)에서 연설하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조선일보지난달 11일 제11회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ALC)에서 연설하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조선일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31일 정부·여당이 강행 처리한 뒤 미국 등 국제사회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에 대해 “합당한 후속조치로 바로 잡아야 한다”고 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발표한 신년사에서 “대북전단금지법은 북한의 요구에 굴복한 ‘반인권법’이라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반 전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으로 재임하면서 세계를 상대로 인권 보호와 신장을 위해 진력했던 저로서는 정작 우리나라가 인권 문제로 인해 국내외의 비판을 받는 현실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며 “인권은 내정이 아니라 인류 보편의 가치”라고 했다.

이는 정부·여당이 국제사회의 우려·경고를 ‘내정 간섭’으로 받아들이며 신경질적 반응을 보이는 것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0일 전단금지법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거세지자 “한국 내정에 대한 훈수성 간섭이 도를 넘고 있다”고 했다.

반 전 총장은 “안타깝게도 작년 한 해 우리의 삶은 불안과 혼돈, 그리고 분열의 연속이었다”며 코로나 사태, 양극화, 주택 정책 실패를 예로 들었다. 특히 “주택 정책의 거듭된 실패는 일반 서민과 젊은 세대에게 좌절과 분노를 불러일으켰다”며 “북한의 남북연락사무소 폭파와 서해에서의 우리 공무원 사살이라는 만행으로, 남북관계발전과 북한의 비핵화는 추동력을 잃었다”고 했다.

 

반 전 총장은 “새로 출범하는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강화와 다자주의 복귀 및 민주주의 수호를 강조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를 한미동맹의 터전을 더욱 굳건히 다지고 국가 안보와 한반도 평화를 이루어 나가는 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한미동맹은 우리 외교안보정책의 근간”이라며 “동맹의 가치를 경시하거나 안보를 불안케하는 언동은 삼가야 마땅하다”고 했다. 일부 고위 외교관과 여권 중진 정치인들이 잇따라 한미 동맹을 폄훼하는 듯한 발언으로 구설에 오른 것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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