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탈북자 25명이 난민 인정과 한국으로 보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중국 베이징의 스페인대사관 앞 길에서 14일 중국 경찰들이 행진하며 삼엄한 경계를 펴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2002년 탈북자 25명이 난민 인정과 한국으로 보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중국 베이징의 스페인대사관 앞 길에서 14일 중국 경찰들이 행진하며 삼엄한 경계를 펴고 있다./연합뉴스

한국행을 목표로 북한을 탈출하는 과정에서 중국 공안에 붙잡혀 북송 위기에 놓인 탈북민이 산둥성 칭다오(靑島)에만 최소 40명에 달하는 것으로 30일 알려졌다. 이는 평상시의 3~4배에 달하는 규모다. 코로나 유입·확산을 극도로 우려한 북한 당국이 중국 측에 “당분간 북송(北送) 업무를 중단해 달라”고 요청함에 따라 구금 인원이 급증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인권 단체 관계자 A씨는 “산둥성 내 구금 중인 40여 명은 모두 9월에 붙잡혔는데, 한꺼번에 검거된 게 아니라 그룹별로 6차례에 걸쳐 검거됐다”고 했다. 그는 “9월 중순 랴오닝성 선양(瀋陽)을 출발해 중간 기착지인 산둥성 칭다오 황다오(黄島) 자동차휴게소에서 공안에 발각된 5명이 첫 번째 그룹”이라며 “활동가들이 이들을 도우려 유엔에도 구조 요청을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엔은 이들의 체포·구금에 우려를 표하며 중국 당국에 북송 중단을 요청하는 서한을 발송했다. 유엔 인권이사회 산하 ‘자의적 구금에 관한 실무 그룹’,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등의 명의로 작성된 이 서한은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웹사이트에 공개돼 있다.

 

체포된 5명은 49세 여성, 48세 남성, 14세 여성, 6개월 임신부, 신원 미상의 성인 여성으로 3개월이 넘도록 구금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평상시 같으면 1~2개월 내에 북송되는 게 일반적인데, 코로나 방역에 사활을 건 북한 당국이 중국 측에 북송 중단을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 때문에 칭다오 현지에만 구금 중인 탈북민이 4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북·중 국경을 넘은 뒤 동북 3성에서 출발하는 탈북민들이 태국 등 제3국으로 가는 중간 기착지가 칭다오”라며 “첫 번째 그룹 체포 이후 9월 중·하순에 걸쳐 각기 다른 탈북 그룹 5개가 잇따라 단속에 걸렸다”고 했다.

중국 내 탈북민 검거가 9월에 집중된 것은 현지 코로나 상황과 관련이 깊다. 북한 인권 단체 관계자 B씨는 “동북 3성에 숨어 지내던 탈북민들이 코로나 사태로 인한 이동 통제로 한동안 발이 묶였다”며 “그러다 9월 들어 코로나 상황이 어느 정도 진정되자 한꺼번에 한국행에 나섰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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