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15일 삼척항 방파제에 접안한 북한 목선/연합뉴스
 
지난해 6월 15일 삼척항 방파제에 접안한 북한 목선/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11월 동해상에서 나포된 북한 선원 2명을 북한으로 추방한 것은 ‘기본권 침해’라는 진정에 대해 “실체 파악에 한계가 있다”는 이유로 각하 결정을 내렸다. 다만 “피해자를 북한으로 강제추방한 것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신체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은 인권위가 23일 해당 진정에 각하 결정을 통보했다고 30일 밝혔다. 진정을 제기한 한변과 인권단체들은 “인권위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위법한 처사”라며 반발했다.

앞서 통일부는 지난해 11월 2일 동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상에서 나포한 선원 2명을 같은 달 7일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했다고 밝혔다. 북한 선원 2명이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하고 도주한 범죄인으로 우리 사회 편입 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협이 되고, 국제법상 난민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등이 그 이유다.

그러나 당시 이들이 동료들을 살해한 흉기도 혈흔도 시신도 확인된 바 없었고, 또 ‘죽더라도 북한으로 돌아가길 원했다’면서도 자해 가능성을 막기 위해 포박하고 눈을 가리고 재갈까지 준비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인권침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변은 같은 달 11일 북한 선원 강제추방은 생명권 등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구제조치를 취해 달라는 진정을 인권위에 제기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1년 만에 “피해자들의 탈북 경위, 북한에서의 행적, 나포 당시 상황 등을 면밀히 확인해야 하나 피해자들이 이미 북한으로 추방된 상황에서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다”고 각하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인권위는 “피해자를 북한으로 강제추방한 것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신체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향후 인권침해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관련 법령과 매뉴얼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통일부 장관에게 표명했다.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낸 이상철 상임위원은 “제3국으로의 추방 등 얼마든지 다른 대안을 검토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북한으로 추방한 점이 과연 적절한 조치였는지 의문”이라며 “관계 당국이 귀순 의사를 밝힌 피해자들을 탈북민으로 보호하지 않고 고문 받을 위험이 있다고 믿어지는 북한으로 신속히 추방한 것은 피해자들의 신체와 거주이전의 자유 및 생명권과 방어권 등 인권침해를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한변은 인권위의 각하 결정에 “모든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한다는 인권위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위법한 처사”라며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대표는 “인권위가 왜 존재하는지 알 수 없다”며 “청와대 안보실이 비밀리에 비선으로 지휘하고 보고 받다가 들통난게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인데, 터무니 없이 각하하면서 고작 통일부에 개선 필요 의견이라니, 이건 정권기관이지 국가인권기구가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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